"코로나로 인한 자금난" 직원들도 해고…피해자들 법적 대응 준비
예비부부 계약금 '먹튀' 대형 웨딩업체…경찰 수사 착수(종합)
서울 강남의 대형 웨딩플래닝 업체 대표가 심야에 돌연 직원들에게 해고를 통보하고 잠적해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강남구 신사동의 A 웨딩업체 대표는 전날 늦은 시각 이 업체 직원인 웨딩플래너들에게 "지속된 코로나 상황으로 인한 자금난으로 파산하게 됐다"며 해고를 통보했다.

이 업체가 운영하는 회원 10만6천여명 규모의 네이버 카페도 이날부터 신규 글쓰기를 막아둔 상태다.

A 업체의 한 웨딩플래너는 이날 오전 자신이 관리하는 예비부부들에게 "제 월급과 퇴직금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도 해고를 당한 상태라 진행 상황과 배상 부분은 제가 말씀드리지 못하니 회사와 이야기를 해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하루아침에 계약금 등을 날리게 된 예비부부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피해자인 예비 신부 박모(30)씨는 "A 업체는 30일 저녁까지만 해도 이벤트를 진행하거나 신규 계약을 받고 있었다"며 "그런데 밤 11시쯤 전화한 플래너가 저녁 회의에서 해고 통보를 받았고, 본인도 일개 직원일 뿐이라 너무 당황스럽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박씨는 "나는 계약금 30만원만 낸 상태이지만, 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스드메) 비용 등 잔금까지 치러 피해금이 300만∼500만원을 넘어가는 분들도 있다"고 했다.

A 업체가 본식 촬영업체에 촬영비를 전달하지 않아 대금을 두 번 지불해야 할 처지에 놓인 이들도 있다.

장은숙(28)씨는 A 업체를 통해 지난 9월 본식 스냅 사진을 촬영하고 120만원을 냈으나 아직 결혼식 사진을 받지 못했다.

장씨는 "촬영업체가 촬영비를 못 받았다고 해서 A 업체에 전화해 보니 '곧 줄 거다'라고 답했는데 촬영업체는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사진을 안 받을 수도 없고 돈을 또 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이 업체가 최근 잔금 입금을 재촉한 정황도 있다.

피해자인 직장인 김정현(31)씨는 "원래 계약서에 따라 본식 치르기 보름 전인 내년 4월 중순에 잔금을 내려고 했는데, 11월부터 잔금을 치러야 할 것 같다고 연락이 와서 이상하다고 느꼈다"며 "애초 자금난을 잔금을 받아 해결하려다 이런 식으로 잠적을 한 것 아닌가"라고 의심했다.

피해 예비부부는 수백 쌍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들이 모인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는 이날 오후 10시 30분 현재 630명이 가입된 상태다.

피해자들은 이날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걸쳐 업체를 항의 방문했다.

이날 여러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한 강남경찰서는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피해자로부터 고소장을 접수해 피해 규모를 파악하는 중"이라며 "추가로 고소장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A 업체 대표는 현재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날 오후 국세청 홈페이지에서 업체의 사업자등록상태를 조회한 결과, 아직 이 업체가 폐업을 신고하진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