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지고 며칠 지나 뒤늦게 발견…"감염병 상황에서도 복지는 대면·접촉 필요"
죽음까지 쓸쓸했던 이웃들…연말 쪽방·고시원서 잇따른 고독사
"혼자 사시는 분들, 경제적으로 어려운 분들이 많은 쪽방촌에서 홀로 돌아가신 뒤에 발견되는 일은 일상이에요.

동자동에서도 한 달에 두 번씩은 그런 분들의 방을 정리하는 것 같아요.

"
동자동사랑방 박승민 활동가는 "추운 날 더운 날 가리지 않고 일어나는 게 고독사"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겹친 겨울. 쪽방과 고시원, 오래된 주택가 등에서는 어려운 이웃들이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홀로 외로이 죽음을 맞이한 이들 대다수는 돌봐줄 사람이 없는 1인 가구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31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3평 남짓한 방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서울 종로구의 한 주택가에선 28일 40대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사회복지사 신고를 받고 출동해 A씨 시신을 발견했다.

검안의 소견에 따르면 A씨는 크리스마스였던 25일께 급성심장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형편이 넉넉하지 않은 이들이 거주하는 종로구의 한 고시원에서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주민 2명이 잇따라 홀로 죽음을 맞았다.

지난 28일에는 고시원 공용 화장실에서 숨져있는 80대 고시원 주민 B씨를 직원이 발견했다.

B씨는 2016년부터 고시원에서 홀로 살며 다른 가족과 교류가 거의 없었다고 한다.

경찰이 시신을 수습했고, 종로구가 무연고 장례를 치를 예정이다.

이 고시원에서는 이달 24일에도 혼자 살던 70대 주민 1명이 방 안에서 홀로 숨을 거뒀다.

두 사람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였다.

경찰 관계자는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을 때 특히 홀로 사는 취약계층분들이 돌아가셨다는 신고가 늘어난다"며 "하루에 한두 건은 늘 신고를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죽음까지 쓸쓸했던 이웃들…연말 쪽방·고시원서 잇따른 고독사
혼자 사는 노인 가구가 대부분인 종로구 충신동 주택가에서도 27일과 28일 주민 2명이 각각 집에서 홀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모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관할 주민센터 관리를 받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먼저 발견된 C(60)씨는 27일 정오께 그의 집을 찾아온 주민센터 직원의 신고로 발견됐다.

그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살던 다른 주민(45)은 다음날 오후 4시께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은 고독사 위험이 감지돼 공공지원 대상에 올라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C씨의 집에는 '스마트 돌봄 플러그'도 설치돼있었다.

조도나 전력사용량으로 위험 상황을 감지해 복지 플래너에 알림을 전송하는 기기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먼저 발견된 분은 27일 새벽 6시께 알림이 왔고, 다른 주민도 신고해 점심때쯤 찾아가 보니 돌아가 계셨다"며 "다른 분은 병원 예약일에 나타나지 않아 지인이 그날 오후 신고를 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상황에서도 취약계층을 상대로 복지 서비스를 제공할 때 대면 접촉이 기본이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는 비대면으로 하기 어려워 대면이나 접촉이 중요하다"며 "코로나 사태라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는 해도 사회복지사의 안전을 담보한 상태에서 대면 접촉을 중심으로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도록 인력 확충을 비롯해 개선 방안을 마련해 나가야 고독사 문제 등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