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음주트럭에 숨진 70대 청소부…안전기준 적용 못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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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 전날인 지난 24일 인천 원도심 주택가에서 쓰레기를 치우다가 음주운전 트럭에 치여 숨진 70대 노인은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못한 채 홀로 일하다가 참변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소부 A(72)씨는 당일 오후 8시께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편도 3차로에서 쓰레기 수거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의 리어카에는 쓰레기봉투가 가득 쌓인 채였다.
주택가를 돌며 쓰레기를 수거하던 A씨는 인근 편도 3차로 도로에서 리어카를 끌던 중 24t 덤프트럭이 덮쳤다.
덤프트럭을 몰던 30대 기사는 인근 식당에서 술을 마신 뒤 운전대를 잡았다.
트럭에 치인 A씨는 중상을 입고 심정지 상태에 빠졌다.
출동한 119 구급대가 곧바로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그는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미추홀구와 계약을 맺은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 소속 정규직이었다.
A씨가 낮에 수거 작업을 했거나 야간 근무라도 다른 동료들과 조를 짜 함께 일했다면 참변으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동료들은 전했다.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생활폐기물 수집·운반 대행업체는 노동자들의 안전기준을 지켜야 한다.
이 기준에는 운전자 포함 3인 1조 근무, 주간작업 원칙, 기상 상태에 따른 작업 조정·중지 조치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사고를 당한 A씨는 3인 1조가 아닌 혼자서 근무 중이었다.
그가 작업하던 시각은 오후 8시께로 주간작업 원칙에도 어긋났다.
A씨가 안전기준을 적용받지 않은 것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한 예외 규정 때문이다.
예외적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 안전기준을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
실제로 미추홀구 폐기물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여러 예외 조항이 있다.
적재 중량 1t 이하 차량과 특수 장비를 쓰거나 처리시설로의 운반 거리 등에 따라 불가피한 경우, 구청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사례 등 6가지다.
이에 리어카를 이용해 쓰레기를 수거하던 A씨에게는 법에 마련된 안전기준이 적용되지 않았던 것이다.
미추홀구 관계자는 "구 조례에 따라 안전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 예외 규정이 있다"며 "보통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주택가에선 문전 수거를 하다 보니 1t 포터 차량이나 리어카를 쓰는데 3인 1조 지침을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경찰은 술에 취해 차량을 몰다가 A씨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 운전치사)로 덤프트럭 기사 B씨를 구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시 A씨가 작업 안전조끼는 입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