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 장애인 특수학교 기공식…"장애인 평생교육은 복지가 아닌 헌법적 권리"
"특수학교 보내니 '로또 맞았다'더라…이게 현실" 학부모 호소도
문대통령 "특수학교 설립위해 학부모 무릎꿇는 일 다신 없어야"(종합)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29일 충남 공주시 공주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 현장을 방문해 기공식에 참석한 뒤 학부모, 주민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학교는 국내 최초로 설립되는 장애학생 직업교육 특성화 특수학교로, 정식 개교 후에는 제과·제빵 분야는 물론 스마트농업·반려동물 관리 등 미래 유망분야에 장애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한다.

청와대는 "지난 2020년 서울의 장애학생 특수학교인 서진학교 개교 준비 당시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힌 장애학생 학부모들이 토론회에서 무릎을 꿇고 학교 설립을 호소한 일이 있다"며 "정부는 그 이후 국립대학교 부설 특수학교 설립을 적극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수학교 설립이 지니는 의미를 되새기고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문 대통령 부부가 직접 참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장애 학생들에게 직업은 자립의 토대이자 사회 속으로 나아가는 기반이다.

질 좋고 다양한 특수학교가 더 많이 설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서진학교 당시 지역사회 갈등을 염두에 둔 듯 "다시는 특수학교 설립을 위해 학부모들이 무릎을 꿇어야 하는 일이 없도록 정부부터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아이를 키워내는 일은 쉽지 않지만 마을이 키워낸 아이가 다시 마을을 성장시킨다"며 "아직도 일부 지역에서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반기지 않는 분들이 적지 않아 안타깝다.

너른 마음을 갖고 우리 아이의 일로 여겨달라"고 당부했다.

간담회에는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척수 장애가 있는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과 시각장애가 있는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 등이 참석해 장애 학생과 학부모들의 얘기를 들었다.

유 부총리는 "서진학교 개교까지의 과정을 영화로 보며 눈물이 났다"며 "정책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학교 측과 적극 의논하겠다"고 말했다.

서진학교에 다니는 장애 학생을 둔 한 학부모는 "주위에서는 특수학교 보내는 것이 서울대 가는 것보다 훨씬 힘들다고, 저에게 '로또 맞았다'고 한다.

이게 특수교육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이 특별한 것은 맞지만, 제대로 교육을 받으면 그 특별함이 발달과 성장에 도움이 된다.

특수학교 설립은 복지가 아닌 권리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특수학교를 졸업하고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는 A씨는 "커피를 내리는 일이 재밌어서 후배들에게 권하고 있다"며 "특수학교에서 학생들의 흥미와 소질을 고려한 교육이 이뤄지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험담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B학생도 "저는 국제수화통역 자격을 취득해 장애인들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는 게 꿈"이라고 소개했다.

최혜영 의원은 "장애에 대한 편견 탓에 '어울려 사는 세상'이 조금 멀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며 "우리가 가진 장애는 개성이다.

인권활동을 한 사람으로서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시각장애 피아니스트인 김예지 의원도 "여러분의 장애는 제한이 아니다.

예술로도 승화될 수 있다"며 "항상 여러분의 편에서 함께하겠다"고 격려했다.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치면서 "올해 수많은 현장 행사에 참석했는데 연말에 가장 따뜻하고 훈훈한 자리에 오게 됐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들이 평생교육을 받는 것은 복지가 아니라 헌법적인 권리다.

당국과 국회가 많이 뒷받침해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행사를 마치고는 무릎을 굽혀 휠체어에 앉아있는 장애 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춘 뒤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