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9㎝ 폭설 뒤 42년 만에 '최강 한파' 속초…제설작업 기진맥진
얼어붙은 눈 치우고 빙판길 운행에 '엉금엉금'…동파사고도 속출

신축년(辛丑年) 마지막 휴일인 26일 폭설과 최강 한파로 전국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하늘길과 뱃길이 막히고 크고 작은 사고가 잇따랐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최대 50㎝가 넘는 폭설이 내린 강원 동해안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영하 20도 안팎의 한파까지 몰아쳤다.

강원 속초와 경남 창원은 12월 하순 최저 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역대 최강 '추위'가 이어졌다.

영하 15.5도까지 떨어진 서울도 올겨울 최저 기온을 기록했다.

수도 계량기 동파 등 한파 피해가 속출했다.

얼어붙은 눈을 치우느라 주민들은 기진맥진했고, 빙판으로 변한 도로를 운행하는 차들은 온종일 엉금엉금 기었다.

제주와 호남에 많은 눈이 내리면서 항공기 운항과 뱃길도 차질이 빚어졌다.

◇ '엎친 데 덮친 격' 50㎝ 폭설 뒤 최강 한파에 '기진맥진'
성탄전야인 24일 저녁부터 성탄절 오전까지 강원지역에 내린 눈의 양은 속초 55.9㎝, 북강릉 35.3㎝, 설악동 23.3㎝, 동해 21.1㎝, 미시령 19.4㎝, 진부령 19.1㎝를 기록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날 아침 기온은 철원 임남 -25.5도, 화천 상서 -21.4도, 대관령 -21.2도, 강릉 주문진 -19.8도, 춘천 -16.1도, 북강릉 -14.9도, 속초 -14.9, 동해 -9.6도 등으로 매서운 한파가 몰아쳐 올해 들어 가장 추웠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속초는 1979년 이후 42년 만에 12월 최저기온 극값을 경신하는 등 최강 한파 기록을 새로 썼다.

강릉에서는 비닐하우스 6개 동이 폭설에 속절없이 주저앉았고, 주문진읍과 연곡면에 정박한 어선 2척도 쌓인 눈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전날 50㎝의 폭설이 내린 속초와 양양에서는 제설작업을 하기도 전에 이날 한파가 몰아쳐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내린 눈이 꽁꽁 얼어붙어 도심은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했고, 주말을 맞아 행락지를 찾았다가 이른 귀경길에 나선 나들이 차량과 뒤엉키면서 큰 혼잡을 빚었다.

동해안 지역을 담당하는 8군단 예하 102기갑여단 소속 군 장병은 이날 오후 속초와 양양 등지에서 제설작업에 나섰다.

유명 관광지인 강릉시 경포동 도로변에는 폭설에 따른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자 굴삭기까지 투입해 휴일도 잊은 채 제설작업을 했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서울의 수은주는 영하 15.5도까지 떨어진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울시설공단 중부수도관리소에는 이날 추위로 동파돼 수거한 계량기들이 무더기로 쌓였다.

서울 동대문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내일부터 집을 장기간 비워야 할 처지인데, 당국의 동파 경고를 접하게 돼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호남·제주는 눈 '펑펑'…하늘길·뱃길 막혀 폭설 피해 속출
제주는 강추위와 함께 많은 눈이 내려 항공편 운항에 차질이 빚어지고 사고도 잇따랐다.

대설경보 발효로 이날 한라산 탐방은 전면 통제됐고, 산간 도로인 1100도로는 적설과 결빙으로 대·소형 차량 모두 운행이 중단됐다.

항공편 운항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제주공항은 현재까지 제주 출발·도착 항공편 24편이 결항했고, 수십 편이 지연 운항했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전남 서해안에는 강추위 속에 많은 눈이 내리면 곳곳으로 교통이 통제됐다.

구례 성삼재, 진도 두목재와 대명리조트 입구 등 도로 3곳은 폭설로 통행이 제한됐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목포, 여수, 완도 등 섬 지역을 오가는 여객선 53개 항로 86척 중 33개 항로 45척도 운항이 통제됐다.

이날 쌓인 눈은 제주 어리목 33.8㎝, 전남 무안 해제 33㎝, 무안 운남 23㎝, 영광 염산 21.9㎝, 목포 15.6㎝, 신안 압해도 13.5㎝, 장성 상무대 10.4㎝ 등을 기록했다.

전북 고창 13.9㎝, 부안 10.8㎝, 군산 3.5㎝ 등 서해안 지역을 중심으로도 많은 눈이 왔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 강추위 피해 '온돌 아궁이' 불 지피다 농막 태워
최강 한파 속에 화재와 교통사고도 잇따랐다.

26일 오전 10시 43분께 경기도 하남시 천현동의 한 소파 공장에서 불이 났다.

소방당국은 대응 1단계를 발령하고 헬기와 지휘차 등 장비 39대와 인력 97명을 투입해 진화에 나서 낮 12시 21분께 큰불을 껐다.

이 불로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공장 건물과 설비 등이 탔다.

이날 오전 3시께 강원 홍천군 두촌면 천현리의 한 50㎡ 규모의 단독 주택에서 불이 났다.

불은 주택을 모두 태우고 2천여만원의 재산 피해를 내고서 2시간 30여분 만에 진화됐다.

이 불로 30대 남녀 4명이 대피 과정에서 연기를 들이마셔 인근 병원에 옮겨져 치료 중이다.

성탄절을 맞아 친척의 농막이 있는 홍천에 놀러 온 이들은 추위를 피해 온돌 아궁이에 불을 지피다 과열로 불이 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폭설 뒤 한파' 전국이 꽁꽁…하늘길·뱃길 막히고 사고 잇따라
이날 오전 8시 50분께 전남 해남군 송지면 도로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2m 아래 논두렁으로 떨어져 운전자가 병원으로 옮겨졌다.

오전 9시 25분께에는 해남군 계곡면 도로에서 승용차가 길옆 난간을 들이받아 운전자 등 2명이 다쳤다.

경찰은 눈길과 연관성 등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손상원 백도인 전지혜 이재현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