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설강화' /사진=디즈니코리아 제공
드라마 '설강화' /사진=디즈니코리아 제공
드라마 '설강화' 측이 역사왜곡 논란에 강하게 반발하며 3일 특별편성이라는 초강수를 둔 가운데, 자신을 스태프라고 밝힌 한 네티즌이 현 상황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네티즌 A씨는 지난 24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라마 촬영 현장에서 자신이 맡았던 역할과 실명을 공개하며 "최근에 '설강화'가 여러 이슈들로 인해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먼저 그는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켜 불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까 불안하다"면서 해당 게시글은 '설강화' 제작사 및 관계자와 사전에 상의한 것이 아닌, 개인적으로 올리는 글임을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월 '설강화' 시놉시스 일부가 공개되며 '간첩이 여대생 기숙사에 들어온 점', '안기부 요원을 대쪽같은 인물이라고 묘사한 점' 등을 토대로 역사왜곡 논란이 불거진 것을 언급했다.

A씨는 "그 당시 아직 방송이 안 돼서 내용을 모르니 그렇게 오인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대본이 7~8회 정도까지 나온 상태였던 것 같은데 어디에도 안기부가 미화된 부분이 없었고, 간첩이 민주화운동에 관여했다는 내용은 더더욱 없었다"면서 "모든 오해는 방송이 시작되면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라 믿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설강화'는 첫 방송 이후 역사왜곡 논란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A씨는 "대본을 1~16부까지 숙지한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설강화'는 민주화운동을 다룬 드라마가 아니다. 1회에서 본 것처럼 당시 시대를 보여주는 배경으로 학생들 시위 장면이 잠깐 나오는 게 전부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본 어디에도 간첩과 민주화와 연관된 건 없다"고 강조햇다.

또 "안기부를 미화했다고 할 만 한 것도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A씨는 "'설강화'는 그냥 일반적인 드라마와 다를 게 없다. 드라마는 시청자의 이목을 끌어야 하니 극적 설정을 한다"면서 "간첩과 여대생이 주인공인 이유도 그러한데 '그건 안 돼', '그건 아니지'라면서 보니까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왜 안되냐. 드라마 소재로 간첩이 대학생 만나는 게 문제가 되느냐. 우리 사회가 드라마에 나오면 안 된다고 법으로 지정한 게 있느냐"고 반문했다.

A씨는 '창작의 자유'를 강조하며 "'설강화'가 방영 중단됐다는 가정하에, 이후 한 작가가 70~80년대를 그리고 싶은 상황이 됐다면 폐지됐던 '설강화'가 계속 떠올라 그 작가는 끊임없이 자기검열을 하게 될 거다. 이건 굉장히 안 좋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가 생각하는 좋은 민주주의 사회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불편한 창작물'이 자유롭게, 제약 없이 빛을 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초 A씨는 "운동권 대학생들은 언급하지도 못하는 성역인가? 안기부가 드라마 소재로 사용하면 안 되는 성역인가?"라며 "'설강화'에서는 운동권 학생들을 전혀 비하하지 않지만 반대로 비하하면 안 되나? 군인들의 일탈을 허용이 돼도 운동권 학생들의 이면은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인가? 심지어 상상으로도?"라는 문구도 적었으나 이후 삭제했다.

'설강화'는 1987년 독재정권 시절을 배경으로 간첩과 여대생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다. 이 작품은 첫 방송 이후 안기부와 간첩을 미화하고, 민주화운동을 폄훼했다는 지적을 받으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이는 곧 청와대 국민청원 및 협찬사 손절 등으로 이어졌지만 JTBC는 "논란은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반박하며 '설강화'의 폐지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JTBC는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 서사이고 ▲작품에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으며 ▲역사 왜곡과 민주화 운동 폄훼 우려는 향후 전개에서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논란이 진화되지 않자 JTBC는 극 초반부 반전이 펼쳐지는 3~5회를 연속 방송으로 앞당겨 특별편성하는 초강수를 뒀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