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설정 숙제 어떻게 풀까…김종인 "尹·朴, 정권교체 다른 입장 가질 수 없다"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 사면으로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대권레이스에 돌발변수가 추가된 모양새다.

이른바 '가족 리스크'와 선거대책위 내홍, 잇단 말실수가 겹치면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윤 후보로서는 '박근혜 관계설정'이라는 또다른 숙제를 받아든 셈이다.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과 묘한 악연이 맺어왔다는 점에서다.

윤 후보는 박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인 2012년 국가정보원 댓글조작 의혹 수사 당시 검찰 수뇌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하면서 사실상 좌천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그해 10월 국정감사장에서 그가 박근혜 정권과의 갈등을 폭로하며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은 '검사 윤석열'을 '정치인 윤석열'로 이끌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윤 후보는 2016년 탄핵정국에서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이었고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에 파격 발탁돼 적폐청산 수사를 진두지휘, 박 전 대통령의 중형을 끌어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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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사면] '국정농단 수사 악연' 윤석열 , 이번엔 사면 변수 시험대
이런 이력을 고려하면 윤 후보에게 박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관계 설정은 고차방정식이다.

박 전 대통령과 손을 잡고 자신에 대한 지지 호소를 당부하자니, 탄핵에 대한 정치적 평가를 요구받을 수 있다.

간신히 건너온 '탄핵의 강'을 새로 건너야 하는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은 셈이다.

탄핵에 찬성했던 중도층 민심도 무시할 수 없다.

윤 후보로선 자신의 과거 이력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박 전 대통령과 지지층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적 시험대에 선 모양이다.

그렇다고 박 전 대통령과 선을 긋는 것 역시 강경 보수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당장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 소식과 관련, "인간이 해서는 안 될 못된 거짓말로 박 전 대통령을 음해한 이재명 후보나,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에 앞장서서 자유 우파 국민을 숙청하는 '망나니 칼'을 휘두른 윤석열 후보나 한통속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박근혜 사면] '국정농단 수사 악연' 윤석열 , 이번엔 사면 변수 시험대
이런 가운데 윤 후보는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에 관한 정치적 판단에는 말을 아꼈다.

이날 여의도 당사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의 복당 등 정치 재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일단 건강 먼저 회복하시는 게 우선 아니겠나.

너무 앞서 나가는 것보다"라며 거리를 뒀다.

당내에선 박 전 대통령 사면이 대선정국에 미치는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악연 아닌 악연'으로 얽힌 윤 후보에 대해 불편한 심경을 내비치거나, 야권 내 강경 보수 세력이 윤 후보에 대한 비토 입장을 설파한다면 보수진영 내 균열이 생길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당 선대위 임명장 수여식 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라고 하는 것에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 뛰고 있는 후보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이므로 제가 보기엔 방해가 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