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정농단 수사 악연' 대선 유불리 촉각

국민의힘은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소식이 전해지자, 70여일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당에서는 일단 "그나마 다행", "만시지탄"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으나, 문재인 대통령과 여권의 "보수 분열 공작", "정치적 사면"이라는 비판 속에 경계감도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고령인 이명박(MB) 전 대통령이 사면 대상에서 빠진 점을 문제삼으면서다.

윤석열 대선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당사자라는 점이 다시 부각될 수 있는 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됐다.

[박근혜 사면] MB는 안됐는데…'보수분열 단초될라' 속내복잡한 野(종합)
당 지도부는 이날 갑작스럽게 전해진 박 전 대통령 사면 소식에 상황 파악을 하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당 차원의 공식 논평은 오전 10시께 나왔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환영한다.

국민의힘은 국민대통합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짤막한 입장을 밝혔다.

윤 후보는 오전 11시께 여의도 당사에서 입장 발표를 통해 "우리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늦었지만 환영한다"면서 "건강이 좀 안 좋으시다는 말씀을 많이 들었는데 빨리 건강을 회복하시길 바라겠다"고 했다.

이준석 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시 한번 당 대표로서 박 전 대통령 집권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국민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당 전신인 새누리당이 입법부로서 충분한 견제 역할을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내 인사들은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일단 반기면서도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내며 복잡한 속내를 드러냈다.

옛 친박계 의원은 통화에서 "어쨌든 국민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라면서도 한명숙 전 총리, 이석기 전 의원 사면의 "물타기"라고 비판하며 "이재명 후보와 이낙연 전 의원이 손 잡고 화합하는 연출을 하던데 국민 화합과 통합을 위해 나아간다는 장면을 연출하려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특히 옛 친이계 의원들은 이명박 전 대통령(MB)은 사면 대상에서 빠진 점에 강력 반발했다.

한 의원은 "박 전 대통령 사면 이유로 건강 문제를 들었다는데 그럼 더 고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건강이 좋냐"라고 반문하며 "박 전 대통령만 사면시켜서 이간질시키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MB청와대 비서실 참모들은 입장문을 내고 "문 대통령이 대선을 목전에 두고 두분의 전임 대통령 중 한 분만 사면했다.

사면을 정치적으로 이용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이라며 "이 전 대통령을 사면에서 제외한 것은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사법처리가 정치보복이었음을 다시 확인하게 하는 처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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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유불리에 대해서는 적전분열 등 '악재'가 될 가능성을 더 크게 우려했다.

'진박'을 자처해 온 우리공화당 조원진 대표는 오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석방 축하 집회를 열겠다면서 "문재인 정권의 정치보복에 앞장서 자유우파 국민을 숙청하는 망나니 칼을 휘두른 한통속"이라고 윤석열 후보를 비판했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에 대한 언급을 안 하면 안 하는대로, 하면 하는대로 대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병원에 머무르며 치료받는 최소 내년 2월2일까지 가족을 제외한 정치인들은 만나지 않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당내에선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악연'을 여권이 적극 부각하며 대구·경북(TK) 지역 등 민심을 흔들 것으로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박 전 대통령 탄핵이 이슈로 재부상하며 당내 갈등이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서 "청와대가 박 전 대통령 사면을 통해 대선에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다해도 그것은 우리 야권에서 해결해야 할 몫일 뿐이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고 적전분열을 경계했다.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대표도 "박 대통령님 사면은 정말 다행"이라며 "이제 자유민주세력은 더욱 똘똘 뭉쳐 문재인정권 심판 및 정권교체의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뤄내야만 한다"고 밝혔다.

홍준표 의원은 "만시지탄이다.

정치 수사로 탄핵당한 전 대통령을 임기 내내 감옥에 가둬놓고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보복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정치수사로 가둬놓고 이제와서 퇴임을 앞두고 겁이 났던 모양"이라며 "두 전직 대통령을 갈라치기 사면을 해서 반대 진영 분열을 획책하는 것은 참으로 교활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반간계로 야당 후보를 선택하게 하고, 또다른 이간계로 야당 대선 전선을 갈라치기 하는 수법은 가히 놀랍다.

다만 거기에 놀아나는 우리가 안타깝다"라고도 했다.

다만 보수진영이 '정권교체'라는 대의로 뭉친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반론도 있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윤 후보가 박 전 대통령 수사를 했다는 이유로 적전분열을 꾀하는 모양새인데 만약 박 전 대통령 사면 때문에 우리 안에서 전열이 흐트러질 수 있다면 '친박'이라 불렸던 분들이 윤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 사면이 크게 대선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지 않는다"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 정권교체라고 하는 것에 다른 입장을 가질 수 없기 때문에 정권교체를 위해 뛰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에 방해가 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