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성군 고령층 3차 백신 접종률 높이기 위해 오지마을에 이송버스 운영
"살라면 맞아야제" 성탄절 전날 시골 마을 달리는 백신버스
"워따 날 추운데, 오시느라 애쓰셨네요.

"
신종 코로나19 3차 백신 접종을 받기 위해 전동휠체어를 타고 추위를 견디며 맨손으로 달려온 할머니는 면사무소 직원의 인사에 얼어붙은 손을 비비며 "살라면 맞아야제"라고 말했다.

성탄절 전날인 24일 높은 산으로 둘러싸인 전남 곡성군에서는 오전 8시가 다 돼서야 아침 해가 빛을 비추기 시작했다.

어스름한 새벽 오지마을에서 새벽밥을 차려 먹은 곡성군 어르신들이 이른 아침 길을 나섰다.

지팡이를 짚고 몇 걸음 옮기는 데에만 수분이 흘렀고, 마스크를 쓴 입에서는 거친 숨이 품어져 나왔다.

많게는 90세 가까이 된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추위를 뚫고 불편한 외출에 나선 것은 코로나19 3차 백신을 접종받기 위해서다.

이곳 곡성군 11곳 읍·명 중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는 위탁 의료기관이 있는 곳은 불과 3곳뿐이다.

고령층의 1, 2차 접종은 군 백신접종 센터에서 진행돼 수월하게 코로나19 백신을 맞을 수 있었다
그러나 3차 추가 접종부터는 군 단위 백신접종 센터가 사라져 노령층도 민간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을 맞아야 한다.

관내에 병원이 없는 곡성군의 8곳 읍면 주민들은 도시에 사는 자녀들의 도움으로 병원을 가거나, 불편한 몸을 이끌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산 넘고 물 건너 이웃 읍면을 찾아가야 접종을 받을 수 있는 형편이다.

곡성군은 추가 접종을 하겠다는 어르신들을 마을별로 찾아가 예약을 돕는 과정에서 이 같은 불편이 있음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고민했다.

"살라면 맞아야제" 성탄절 전날 시골 마을 달리는 백신버스
그 결과 다시 군 의료원에 임시 접종센터를 차리고, 마을별로 전세버스를 운영해 백신 접종 희망자들을 이송하기로 했다.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맞겠다는 어르신들의 불편은 최대한 줄여줘야겠다는 지자체의 의지가 반영됐다.

24일 백신 버스가 운영된 곡성군 오곡면사무소에는 이른 아침부터 어르신들 12명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가까운 곳에 사는 어르신들은 지팡이를 짚고 걸어오거나 전동휠체어를 타고 면사무소에 도착했고, 면의 끄트머리 오지마을에 사는 분들은 면사무소 직원이 직접 차를 몰고 가 데려왔다.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거동이 불편한 일부 어르신은 마을 이장과 이웃 주민이 자진해서 차에 태워 데려오기도 했다.

이날 백신 접종을 하겠다고 희망한 어르신들이 더 있었지만, 갑자기 몸이 좋지 않아 접종을 포기한 이들도 생겨나기도 했다.

면사무소에 도착한 어르신들은 돋보기를 써도 보이지 않은 작은 글씨의 사전 문진표를 면사무소 직원들의 도움으로 받아 작성했다.

일부 글을 알지 못한 어르신은 문진표에 서명 대신, 지장을 꾹 눌러 찍기도 했다.

"살라면 맞아야제" 성탄절 전날 시골 마을 달리는 백신버스
백신 버스에 올라탄 오모(85) 할머니는 "몸이 불편해 장날에도 바깥 외출을 할 수도 없는데, 군의 도움으로 수월하게 백신을 추가로 맞게 됐다"며 "백신 버스가 없었다면 멀리 사는 자식을 부르거나, 이조차 어려우면 접종을 포기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군 의료원의 임시 백신 접종 센터에 도착해 무사히 화이자 3차 백신 접종을 마친 어르신들의 손에는 방역 수칙 안내문과 함께 의료원이 준비한 마스크 등이 담긴 조그마한 선물 가방이 하나씩 들렸다.

곡성군은 백신 버스를 이용한 노령층은 200여명에 불과하지만, 사전 예약 지원 등으로 추가 접종에 나선 고령층은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다.

곡성군의 60세 이상 백신 접종 대상자는 총 1만3천261명인데, 이 중 1만2천621명이 2차 접종까지 마쳤다.

2차 접종자 완료자 중 3개월 도래자 9천350명이 3차 접종을 완료해 2차 접종자 대비 추가 접종률은 74.1%를 기록하고 있다.

고령 접종자의 3차 추가 접종을 돕기 위해 방문 예약 지원과 전세버스 이송 등의 시책을 펼친 곡성군의 사례는 행정안전부의 우수사례로 보고되기도 했다.

"살라면 맞아야제" 성탄절 전날 시골 마을 달리는 백신버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