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연구개발(R&D)본부 내 엔진개발센터를 전격 폐지했다. 파워트레인담당 조직은 전동화개발담당으로 전면 개편했다. 더 이상 내연기관 엔진 신모델은 내놓지 않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한 것이다. 1991년 국내 최초로 독자 개발한 알파엔진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현대차를 글로벌 완성차 업체 위치에 올려놓은 엔진 개발을 포기하고,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결정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 17일 사상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본부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남양연구소로 불리는 연구개발본부는 R&D 인력만 1만2000명 규모로, 현대차그룹의 ‘두뇌’에 해당하는 핵심 조직이다.

현대차는 엔진 동력을 바퀴까지 전달하는 모든 장치를 총괄하는 파워트레인담당을 전기차 R&D 전담조직인 전동화개발담당으로 바꿨다. 엔진개발센터는 아예 없애고, 파워트레인 관련 센터는 모두 전동화 관련 조직으로 전환했다. 동시에 배터리개발센터를 신설해 전기차 경쟁력의 핵심인 배터리 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연말 인사에서 새로 연구개발본부장을 맡은 박정국 사장은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이제 전동화로의 전환이 불가피하다”며 “과거의 큰 자산을 미래의 혁신으로 이어가기 위해 ‘엔진-변속기-전동화 체계’를 ‘설계-시험 중심 기능별 체계’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도 최근 “가능한 한 빨리 전기차 업체로 전환하기 위해 전동화에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전기차 개발 일정을 최대한 단축하기 위해 R&D부서 간 벽도 허물었다. 기존에는 차급별 프로젝트매니지먼트(PM)담당과 제품통합개발담당이 따로 있었지만 이를 합쳐 설계(아키텍처)부터 양산까지 차량 개발 조직을 일원화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부서 이기주의를 뜻하는) ‘사일로 현상’을 없애야 한다는 정의선 그룹 회장의 철학이 반영됐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미래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혁신적인 차량을 개발하는 것이 당면 과제”라며 “새해를 앞두고 이번 조직개편이 중요한 변화의 시작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일규/도병욱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