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 협약식이 23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 일곱 번째부터 이철우 경북지사,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  제공
포항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 협약식이 23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 일곱 번째부터 이철우 경북지사, 한정애 환경부 장관, 이강덕 포항시장. /포항시 제공
국내 최대 배터리(2차전지) 생산기지인 경북 포항이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를 재활용하는 ‘배터리 리사이클링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본격 나선다. 배터리 재활용 사업은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것을 말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23일 포스코 국제관에서 열린 ‘배터리 선도도시 포항 국제 컨퍼런스 2021’에 참석해 ‘배터리 심장도시 포항, 초일류 K배터리 미래 견인’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 행사는 포항시와 환경부, 중소벤처기업부, 경상북도 공동 주최로 열렸다. 이 시장은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기차 배터리 수요에 대비해 포항에 배터리 종합물류 터미널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포항에는 전고체 2만5000t, 양극재 6만t, 음극재 8000t 등 양극재와 음극재를 동시에 생산하는 배터리 밸류체인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구축돼 있다. 에코프로와 포스코케미칼, GS건설 등이 관련 사업에 투자한 금액은 3조5500억원에 이른다. GS건설은 영일만 4산단에 2024년까지 1000억원이 투입되는 리사이클링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포항시는 블루밸리 국가산단에 2024년까지 국비 등 5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자동화 실증설비와 고속평가 성능 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기반으로 하루 150개, 연간 3만 개 이상의 사용 후 배터리 성능을 검증 평가하고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포항시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사업 업무협약’을 맺고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강덕 시장은 “현재 양극재나 전고체의 중국산 비중은 90%, 수산화리튬 중국 의존도는 80% 이상”이라며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을 통해 국내 전기차 배터리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포항시는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고가의 희귀 금속을 추출하는 배터리 재활용 사업을 차세대 신산업으로 적극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중장기적으로는 클라우드 기반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시스템, 다양한 배터리 저장 보관 실증 관련 데이터를 기반으로 포항을 초격차 글로벌 경쟁력을 지닌 K배터리 에너지 중심도시로 육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김광주 SNE리서치 대표와 최장욱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마크 루 중국 ITRI 수석연구원, 박석준 에코프로CnG 대표 등은 주제발표와 토론에서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의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유통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규제완화와 수요·공급 시스템 정비 등의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배터리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배터리 재활용 시장 규모는 2030년 20조원에서 2050년 600조원대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시장은 “배터리 등 신성장산업은 포항에 27조원의 생산유발과 8만 명의 고용창출 등 거대 경제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산업지형 대변혁으로 제2의 영일만 기적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포항=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