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군만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정동 달개비 식당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 천군만마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이낙연 전 대표가 23일 서울 정동 달개비 식당에서 오찬 회동에 앞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재명 대선 후보와 함께 당 선거대책위원회 산하 ‘국가 비전과 통합위원회(비전위)’ 공동위원장을 맡기로 했다. 경선 낙선 후 잠행하던 이 전 대표가 선대위 출범 51일 만에 이 후보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 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는 23일 서울 정동 한 음식점에서 1시간20분가량 오찬을 한 뒤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의 승리를 위해 이 후보와 제가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며 “비전위를 조직해 이 후보와 제가 공동위원장으로 운영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 전 대표가) 본격적으로 조직에 직접 참여하고 차기 민주 정부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가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 전 대표가 많이 채워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지난달 2일 선대위 출범식에서 마주친 뒤 51일 만이다. 이 전 대표는 선대위에 상임고문으로 이름은 올렸지만, 이 후보 지원 활동을 하지 않았다. 주로 지역을 돌며 경선 때 자신을 도운 지지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등 비공개 개인 일정만 수행해왔다. 이 후보가 호남 순회를 할 때 이 전 대표의 깜짝 등판설이 나오기도 했지만 불발됐다.

이번 회동은 이 후보가 이 전 대표에게 역할을 요청하기 위해 만남을 청하고, 이 전 대표가 수락하면서 성사됐다. 이 전 대표 측은 등판 시점에 맞춰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합류 일정을 저울질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등판 날짜를 이날로 택한 건 최근 내홍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 선대위와의 대비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의도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이 전 대표는 “제가 때로는 후보나 당과 결이 조금 다른 얘기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더욱 감사드릴 일”이라고 화답했다.

이 후보는 이날 이 전 대표보다 8분가량 먼저 식당에 도착하고 내실 밖으로 나와 영접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이 후보는 “제가 부족해 잘 보살펴주시면 좋겠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아서 많이 좀 업어주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 전 대표도 “네. 좀 이따 넉넉히 얘기합시다”라면서 웃으며 답했다.

이 전 대표가 ‘원팀’에 힘을 보태면서 민주당은 내부 전열을 정비하고 이 전 대표의 근거지인 호남 유권자 공략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민주당은 잠정 폐쇄한 당원 게시판도 다시 열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 당원게시판은 이 전 대표 측 지지자들이 이 후보에 대한 비난글을 대거 올리면서 일시적으로 닫힌 상태다. 경선 때 이 전 대표 캠프 정무실장으로 이날 회동에 배석한 윤영찬 의원은 “당내 갈등을 온전히 회복할 수 있는 실효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와 이 전 대표의 ‘투톱 체제’로 다음주 출범할 비전위는 코로나19 극복과 복지국가 구현 등 여러 아젠다를 발굴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민주당은 또 ‘여권 대통합’ 취지에서 분당 등의 이유로 탈당한 인사에 대해 내년 초 일괄적으로 복당 신청을 받기로 했다. 2016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 때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인사들이 구제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