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대한 고정관념 해체도 영향…세심한 입양 요건·기준 마련 필요
조부모·독신자까지 확대된 입양…기준은 '아이의 행복'
법무부와 대법원이 독신자의 친양자(親養子) 입양, 조부모의 손주 입양을 허용하는 취지의 개정법안과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법률적 판단에 따라 입양을 허가하는 폭이 넓어지게 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 부부가 외손자를 입양하겠다며 낸 미성년자 입양 허가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입양을 불허한 원심을 파기하고 23일 사건을 울산지법으로 이송했다.

재판관 다수(10명)는 입양 허가 시 양육 상황과 입양 동기, 양부모의 양육 능력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민법 867조의 취지와 유엔아동권리협약 등을 고려할 때 미성년자 입양 허가 여부는 '입양될 자녀의 복리에 적합한지'를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가 A씨 부부의 입양허가 청구를 기각한 주된 논거는 '친족관계의 혼란'이었다.

외조부모가 손자를 입양할 경우, 친생모는 어머니이자 누나가 되는 등 가족 질서와 친족관계에 중대한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전통적인 가족공동체 질서의 관점에서 혈연으로 맺어진 친족관계를 변경시키는 것이 혼란을 초래하거나 자녀의 정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막연히 추단해 입양을 불허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조부모·독신자까지 확대된 입양…기준은 '아이의 행복'
법으로 입양 허가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회적 관습보다는 입양되는 아이의 행복과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법무부는 지난달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민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 했다.

이 법안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현행 민법상 친양자 입양이 가능한 사람은 혼인 중인 부부로, 독신자는 자녀를 양육할 의지와 능력이 충분해도 일반 입양만 가능하고 친양자 입양은 허용되지 않는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달리 친생부모와의 관계를 종료시키기 때문에 자동으로 양부모의 성과 본을 따르고 상속도 양부모로부터만 받을 수 있다.

입양을 통해 혈연에 준하는 가족관계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 '혼인 중인 부부'에게만 허용됐으나, 개정 법률안은 '아이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판단했다.

법무부는 입법예고 취지에 대해 "친인척이 미성년자 조카를 친양자로 입양하려고 해도 독신자이기 때문에 입양할 수 없는 경우처럼, 때로는 친양자의 복리를 최적으로 실현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부와 대법원이 나란히 입양시 아동의 복리를 중점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음에 따라, 향후 비슷한 입양허가 판단 때에도 이러한 기준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대법원은 이날 조부모의 손주 입양을 허용하면서 세심하게 요건과 목적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고, 법무부도 입양허가시 가정법원이 고려해야 하는 필수 요소에 양육상황·양육능력뿐만 아니라 양육시간, 입양 후 양육환경을 추가해 충실한 심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