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목이 지시' 애초 진술 번복…"조직원이 친구에게 사주"

제주에서 22년 전 변호사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이 법정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와 연관됐다는 얘기를 들었다"는 주장을 폈다.

'제주변호사 살해' 피고인 "범행 사주한 이가 정치 연관성 언급"
제주지법 제2형사부(부장판사 장찬수)는 23일 1999년 발생한 이모(당시 45세) 변호사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김모(55)씨의 속행 공판을 열었다.

김씨는 이날 재판에서 "(범행 지시를 받은) 친구가 저에게 한 고백"이라면서 이 변호사 살해를 사주한 사람이 "저보다 6살 많다.

지금은 돌아간(사망한) 사람이다.

(폭력)조직 사람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주한 사람이) 정치적으로 (관련)된 사건이라고 말했다고 들었다.

제주에서 큰 사건으로 번졌고 그쪽에 관련된, 힘이 큰 사람이라서 덮었다고 들었다"며 "정치적 부분이(문제가) 연관됐다는 것"이라고 했다.

사건이 발생한 1999년 당시는 1년 전 제주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여파로 인한 갈등이 채 아물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김씨가 범행을 지시한 사람이 애초 두목이었다고 했다가 조직원이었다고 말을 바꾸자 검찰은 허위 진술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인터뷰에서 1999년 10월 당시 조폭 두목인 백모 씨로부터 본인이 범행 지시를 받았고, 손모씨(일명 갈매기)에게 교사해 같은 해 11월 5일 이 변호사를 살해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조직폭력배 유탁파 전 행동대원인 김씨는 1999년 8∼9월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동갑내기 친구 손씨와 함께 이 변호사를 미행하며 동선을 파악하고, 구체적인 가해 방법을 상의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혐의다.

손씨는 1999년 11월 5일 오전 3시 15분에서 6시 20분 사이 제주시 삼도2동 제주북초등학교 인근에서 흉기로 피해자의 가슴과 복부를 3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다.

손씨는 2014년 사망했으며, 검찰은 김씨가 사건 당시 사실상 손씨와 공모하고 범행에서 주요한 역할을 했다고 보고 공모공동정범 법리를 적용했다.

공모공동정범은 2명 이상의 공모자 중 일부만 실행에 옮겼을 경우 범행을 모의한 다른 공범에게도 공동으로 범죄 책임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김씨는 지난 8월 경찰에 검거된 직후부터 과 방송에 나간 자신의 발언은 과장해서 거짓말을 꾸며내는 '리플리 증후군'으로 인한 잘못된 내용이었다며 줄곧 범행을 부인해왔다.

이 사건의 결심 공판은 내년 1월 10일 열릴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