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는 前연인·배우자가 57%, 범행부터 1심 선고까지 평균 468일 전문가 "법원 명령 없이도 형사기관 개입해야…적극 구속 필요"
스토킹 행위가 상해나 성폭력 등 강력범죄로 이어지는 빈도가 매우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토킹을 단순 경범죄로 치부하지 말고, 초기 단계에서부터 피해자 신변보호와 가해자 분리 조치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만 혹시 모를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견해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분석이다.
20일 한민경 경찰대 교수의 '법정에 선 스토킹: 판결문에 나타난 스토킹 행위의 유형과 처벌을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스토킹' 단어가 포함된 형사사건 1심 법원 판결문 148건을 조사한 결과 35.8%(53건)에서 폭행이나 상해 등 신체적 폭력이, 28.4%(42건)에서 성폭력이 발생했다.
신체적 폭력과 성폭력이 모두 발생한 경우도 12.2%(18건)에 달했다.
스토킹 사건의 절반 이상이 직접적인 신체적 위해로 발전한 셈이다.
스토킹 가해자는 다양한 유형의 범죄를 복합적으로 저지르는 경향이 강했다.
분석 대상인 판결문 1건당 평균 4.6개의 처벌 규정이 함께 적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스토킹 가해자와 피해자는 예전에 연인이었거나 배우자였던 경우가 57.4%(85건)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민경 교수는 "피해자는 자신의 스토킹 피해를 경찰 등 관련 기관에 알리는 것을 주저하거나, 스토킹 행위가 상당히 오랜 기간 지속돼야만 견디지 못하고 신고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법원의 명령에 근거하지 않더라도 지속적·반복적 스토킹 행위로부터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형사사법기관의 개입이 긴요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범행일로부터 선고일까지의 평균 기간은 468일, 중위 기간은 286일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시행된 스토킹처벌법은 스토킹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100m 이내 접근하거나 전화·문자메시지·이메일 등 전자기기를 통해 연락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같은 조치도 부족하다는 견해에 힘이 실린다.
법원에서 사후 승인을 받으면 되는 경찰의 긴급응급조치는 최대 1개월간만 유효하고, 재발 우려가 있을 때 신청할 수 있는 최대 2개월의 잠정조치는 2번 연장해 총 6개월까지 늘릴 수 있다.
하지만 범행일부터 선고일까지의 평균기간이 1년이 넘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 턱없이 짧다는 것이다.
게다가 접근금지 거리인 100m가 실질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거리가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잠정조치는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임시적 조치일뿐"이라며 "스토킹 피해가 명확하고 재범이나 위해의 우려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