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도권 첫 거점전담병원 지정 1년…162개 병상 중 단 2개만 남아
환자 돌보면서 청소·도시락 배달까지, 의료진 1인 3역에 '파김치'
[르포] "2교대로 환자 30명 담당…매일이 전쟁"…오송 베스티안병원
"하루하루가 전쟁입니다.

병상마다 환자들로 가득 차 잠시도 한눈팔 겨를이 없어요.

"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국가지정 거점전담병원인 충북 청주 소재 오송베스티안병원에서 만난 19년 차 간호사 김혜정(47)씨의 목소리에는 분주함이 묻어났다.

오전 7시 시작되는 그의 일과는 경증환자 음압 격리병동으로 출근해 레벨D 방호복과 N95 마스크 등 각종 보호장구를 챙겨 입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러고는 바쁜 걸음으로 간호사실로 이동해 전날 야근자로부터 30여 명의 환자 상태를 전달받고 개개인의 혈압과 맥박 등을 챙기는 것도 건너뛸 수 없는 일과다.

여러 환자에게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렉키로나주)를 주사하고 나면 병실 침상 정리, 화장실 청소, 의료폐기물 처리 같은 잡일이 기다린다.

간호사실은 2인 1조로 맞교대한다.

그러면서도 1인 2∼3역을 해야 한다.

일손이 모자란 탓도 있지만, 청소 등을 담당하는 직원들이 음압병동 출입을 꺼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떠맡는 일도 많다.

바람 한 점 통하지 않는 방호복을 입고 서너 시간 병동을 분주하게 오가다 보면 금세 온몸은 땀범벅이 된다.

눈코 뜰 새 없던 오전 일과 뒤 잠시 엉덩이라도 붙이고 앉으려 하면 금세 점심시간. 병원 구내식당에서 제공한 도시락을 병실마다 배식하는 것도 간호사들의 몫이다.

[르포] "2교대로 환자 30명 담당…매일이 전쟁"…오송 베스티안병원
그러다 보면 정작 이날 첫 끼나 다름없는 그의 도시락은 차갑게 식어버린다.

김씨는 "점심은 언제나 식은 밥과 국이지만, 그마저 호사스럽다.

환자에게 문제라도 생기면 건너뛸 때도 많다"고 말했다.

그가 근무하는 병원은 지난해 12월 24일 비수도권 민간병원 최초의 코로나19 거점전담병원으로 지정됐다.

162개 병상 모두가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쓰인다.

병상이 비었나 싶으면 곧바로 다른 환자가 들어오다 보니 이곳 의료진의 일과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다.

지난달 이후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6천∼7천 명대로 치솟으면서 이들의 업무량은 상상을 초월한다.

병상이 쉴 틈 없이 돌아가면서 종전 3교대였던 근무가 2교대로 빡빡하게 바뀌었다.

이날 오전 이 병원의 빈 병상은 달랑 경증 환자용 2개가 남았다.

그러나 이마저도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가 배정한 환자로 바로 채워질 예정이다.

[르포] "2교대로 환자 30명 담당…매일이 전쟁"…오송 베스티안병원
위중증 병동(병상 30개)서 만난 간호사 얼굴에도 피로가 가득했다.

녹초가 된 모습으로 책상 앞에 멍한 채로 앉아 있던 모습도 간간이 눈에 들어왔다.

이곳 간호사들은 인공호흡기와 인공심폐장치(에크모·ECMO)를 주렁주렁 매단 중증 환자를 돌봐야 한다.

상태가 위중한 경우가 많다 보니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욕창이 생기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환자 몸을 뒤집어주고, 가래와 대소변을 처리해주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이 병원에 들어온 지 석 달 됐다는 간호사 이모(28) 씨는 "요즘 같은 날씨에는 폐렴 등이 생기기 쉬워 잠시도 환자한테서 눈을 뗄 수가 없다"며 "온종일 긴장 상태로 근무하고 나면 맥이 풀리고 두통도 생긴다"고 말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격무지만, 의료진들은 자신보다 환자의 안위를 더 걱정한다.

현정아(44) 간호과장은 "힘들어도 환자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는 모습을 기대하며 사명감을 가지고 출근한다"며 "코로나19가 하루빨리 종식돼 예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날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르포] "2교대로 환자 30명 담당…매일이 전쟁"…오송 베스티안병원
현 과장이 근무하는 위중증 병동에는 현재 10명의 환자가 치료받고 있다.

그는 "건강을 회복해 퇴원하는 환자도 많지만, 격리병동에서 외롭게 죽음을 맞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환자의 회생을 간절하게 염원하는 가족들의 심정으로 한 명 한 명의 생명에 온기를 불어넣으려 노력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