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인이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정인이 사건 대법원 파기환송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16개월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정인이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보호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판단이 나왔다. 또한 인권위는 부실 대응으로 논란을 빚은 서울 양천경찰서에 기관 경고 조치하도록 경찰청장에게 권고했다.

인권위는 20일 경찰청장에게 이 사건 피해자의 생명권이 침해되기까지 국가의 보호의무를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며 서울 양천경찰서에 기관 경고 조치하도록 권고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해 아동 정인이를 피해자로 하는 진정을 지난 1월 접수해 조사해왔다. 진정인은 관할서인 양천서 경찰관들을 상대로 "아동학대 신고가 3차례나 있었고 특히 3차 신고 시에는 소아과 의사가 직접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를 하는 등 피해자 구제 기회가 수차례 있었음에도 안일한 대처로 보호조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양천경찰서 측 피진정인들은 "동일한 내용이 고발이 접수돼 현재 수사 중"이라며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해 수사기관에서 수사가 진행 중인 경우 각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32조에 따라 자신들을 향한 진정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권위는 "이 규정에 따른 각하 여부는 위원회의 재량에 속하는 문제"라며 "수사가 개시됐다 하더라도 필수적으로 각하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본안 판단에서는 "피진정인들은 피해자에 대해 3차례에 걸친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음에도 사건의 초동조치, 조사 및 수사, 아동학대 예방과 사후관리 등 전반에 걸쳐 직무상의 책임을 다하지 않았음이 인정된다"며 피진정인들이 정인양의 존엄과 가치, 행복 추구권과 신체 안전의 권리 등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아동학대 사건 전반에 관한 실태조사와 현장 대응체계, 현장 모니터링 방안 마련 등도 함께 권고했다.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살인)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모 장씨는 지난달 항소심에서 징역 35년을, 아동학대 등 혐의로 기소된 양부 안씨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