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홍콩 선거제를 전면 개편한 이후 치러진 첫 홍콩 의회 선거에서 투표율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제1야당은 후보를 내지 않은 가운데 선거 결과 전체 90석 중 중도파 1석을 제외하고 친중 진영이 89석을 차지했다.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진행된 홍콩 의회 선거에 전체 유권자 447만2863명 중 135만680명이 참가해 투표율은 30.2%로 집계됐다. 1997년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시행된 역대 입법회 선거 가운데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58.29%로 사상 최고 투표율을 기록한 직전 선거(2016년)와 대조된다. 무효표도 사상 최고치인 2만7495표(2.04%)가 나왔다.

이번 선거는 홍콩 제1야당인 민주당이 후보를 내지 않은 채 치러졌다. 주요 민주진영 인사들이 대부분 2019년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기소되거나 실형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출마를 희망해도 중국 당국이 인정하는 ‘애국자’만 피선거권을 주는 자격심사위원회의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직접선거로 뽑는 의석수도 대폭 줄었다. 전체 90석 중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의석수는 35석에서 20석으로 급감했다. 나머지 70석 중 40석은 홍콩선거위원회가, 30석은 금융계, 재계, 노동계 등 직능별 선거를 통해 간접 선출한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승패가 아닌 투표율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SCMP는 “무엇보다 젊은 층이 선거제에 대한 불만과 뽑을 후보가 없다는 이유로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친중 인사만 입후보된 상황에서 민주화 진영의 투표 보이콧이 이어지기도 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가 써니 청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진정한 민주주의 지지자들은 이번 선거에 참여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홍콩 당국도 투표율을 의식해 이날 무료 대중교통을 운영하고 투표 방해 행위를 처벌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총력을 기울였지만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00만 명 이상이 투표한 것은 홍콩 선거를 파괴하려는 외세의 거짓말과 모략을 부숴버린 것”이라며 “투표율은 새로운 입법회에 대한 대중의 신뢰를 반영한다”고 주장했다.

맹진규 기자 mae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