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한국영화 빈자리, 해외 거장들이 채운다
스티븐 스필버그, 리들리 스콧, 하마구치 류스케 등 해외 거장들의 영화가 잇달아 개봉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비상선언’ ‘킹메이커’ 등 한국 영화들의 개봉이 잇달아 연기된 공백을 해외 영화들이 메우는 것이다. 국내서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감독들의 작품인 만큼, 연말·연초 극장가가 한숨을 돌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스필버그의 첫 뮤지컬 영화

연말 한국영화 빈자리, 해외 거장들이 채운다
연말 극장가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영화 상영횟수 등이 크게 줄면서 관객 동원에 큰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수익성에 큰 타격이 불가피해진 한국 영화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개봉 일정을 늦추고 나섰다. 당초 ‘비상선언’ ‘킹메이커’ 등 한국 영화들은 올 연말부터 내년 초까지 개봉할 예정이었지만 방역 강화 탓에 일정을 연기했다.

반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은 예정대로 관객들에게 선보인다는 입장이다. 국내 시장에서만 손익 분기점을 따져야 하는 한국 영화와 달리,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예정대로 개봉을 진행하는 것이다.

가장 큰 기대를 받는 작품은 내달 12일 개봉하는 스필버그 감독의 첫 뮤지컬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다. ‘쥬라기공원’ ‘E.T’ ‘레디 플레이어 원’ ‘더 포스트’ 등 다양한 색채의 명작을 탄생시켜 온 스필버그가 정통 로맨스 뮤지컬에 도전한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야기는 1957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동명의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다. 뮤지컬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에 뉴욕 사회상을 반영해 각색한 작품이다. 스필버그 감독은 “가장 좋아하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자, 잊을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작품”이라며 “언젠가 이 작품을 영화로 만들겠다는 게 나의 꿈이었는데 마침내 이루게 됐다”고 말했다.

영화에선 두 주인공 토니와 마리아의 낭만적인 러브 스토리가 중심을 이룬다. 환경과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상을 꿈꾸는 마리아가 어느 날 무도회장에서 우연히 토니와 마주치면서 빚어지는 운명적 사랑을 다뤘다. 거친 현실에서 피어나는 로맨스를 애틋하게 표현하면서도, 역동적이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안셀 엘고트가 토니 역을, 레이첼 지글러가 마리아 역을 맡았다.

‘구찌’ 이야기·하루키 소설, 영화로

스콧 감독의 ‘하우스 오브 구찌’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와 같은 날 개봉하며 정면 승부를 벌인다. 스콧 감독은 ‘에이리언’ ‘블레이드 러너’ ‘델마와 루이스’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 굵직한 작품들을 만든 거장이다. 그가 이번에 선보이는 ‘하우스 오브 구찌’는 이전 작품들과 사뭇 스타일이 다르다. 영화의 원작은 2001년 출간된 사라 게이 포든의 동명 소설이다. 이야기는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브랜드 ‘구찌’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구찌의 화려함 뒤에 숨겨진 치명적인 욕망과 살인을 그린다.

영화 ‘스타 이즈 본’으로 연기 실력까지 인정받은 레이디 가가가 구찌를 사랑하면서도 구찌를 뒤흔드는 여인 파트리치아 역을 맡았다. 구찌의 미래를 책임질 젊은 후계자 마우리찌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결혼 이야기’로 잘 알려진 아담 드라이버가 연기한다. 카리스마 넘치는 구찌의 최고 경영자 알도 역은 알 파치노가 맡았다.

23일 개봉하는 ‘드라이브 마이 카’는 일본의 젊은 거장으로 손꼽히는 하마구치 류스케의 작품이다. 하마구치 감독은 ‘해피 아워’ ‘아사코’ 등을 만들며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번 영화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동명 단편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외도를 한 후 죽은 아내로 인해 상처를 지닌 연출가 겸 배우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 분)가 그의 전속 드라이버(미우라 도코 분)와 만나 일상을 회복해 나가는 내용을 그렸다. 박유림 배우 등 한국 배우와 스태프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 영화는 올해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내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수상 후보로 꼽힌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