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가면서 뭔가 일이 잘 안 풀리면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남의 탓을 하기가 쉽다. 나부터로의 변화를 시작하지 않다 보니 문제가 계속 반복되는 악순환이 되기도 한다. 영화<너의 결혼식, 2018>에서 서로 사랑을 키워가던 남녀는 불의의 사고로 남자가 다치면서 그 원망을 여자에게 돌리며 사랑은 금이 가기 시작한다. 여자가 떠나가는 순간에야 남자는 모든 불행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었다는 것을 깨닫고 후회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힘든 순간 누군가를 탓하며 고통을 피하려 하지만 삶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결국 자신의 삶과 사랑은 스스로가 판단하고 책임지는 것이라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도 모든 공덕은 자신이 한 것이고 잘못된 것은 모두 상대방의 탓으로 돌리는 권력자들도 언젠가 모두가 떠난 자리에서 홀로 쓸쓸한 순간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영화 줄거리 요약>
강릉의 어느 고등학교로 전학 온 환승희(박보영 분)를 본 황우연(김영광 분)은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린다. 피나는 노력 끝에 승희의 마음을 얻어 공식 커플로 거듭날 때쯤 별안간 승희는 사라져 버린다. 그후 1년 뒤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던 영광은 친구가 가져온 서울 명문대의 홍보잡지에서 승희의 사진을 발견하고 죽을힘을 다해 입시를 준비하고 마침내 합격한다. 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승희는 이미 멋진 남자친구가 있어 영광은 첫사랑을 이루지 못해 좌절하지만 서로의 끈질긴 운명과 인연은 이어져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승희가 수없이 전학을 가게 된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는 사업을 하다가 부도가 나서 용달차를 모는데 수시로 미용실을 하는 엄마를 찾아와 행패를 부리며 자신의 실패한 인생을 부인에게 탓을 하며 모녀를 괴롭힌다. 이에 두 모녀는 아버지를 피해 전국으로 피신을 하게 된 것이다.
B. 승희의 굳게 닫힌 마음을 얻게 된 계기는?
모든 남학생들이 귀엽고 앙증맞고 공부까지 잘하는 승희의 남친이 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상황에서 승희는 영광에게 주먹질을 그만두라고 한다. 영광은 승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학교 주먹들에게 얻어맞지만 참으며 굴욕을 견딘다. 그리고 승희 아버지가 찾아와 엄마의 미용실을 때려 부순 후 힘들어하자 영광은 방송실로 들어가 평소 승희가 용기를 얻게 되는 음악을 틀어주며 위로하고 바닷가로 데리고 나가 MP3를 선물하며 희망을 준다. 그런 영광에게 승희는 서서히 마음을 열게 된다.
C. 갑자기 떠난 승희와의 재회는?
다시 아버지의 행패를 피해 서울로 이사 간 승희는 명문 대학 의상과에 합격하고, 대학을 못 간 영광은 치킨집에서 알바를 하던 중 친구가 가져온 유명 대학 홍보지에서 승희의 사진을 발견하고 그날부터 집에 칩거하며 미친 듯이 공부하여 드디어 같은 대학 체육학과에 합격한다. 하지만 승희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같은 하숙집까지 입주하지만 승희에게는 이미 대학 럭비팀 스타 남친이 있다는 것을 알고 허탈해한다. 하지만 영광은 포기하지 않고 승희의 남친이 양다리를 걸치는 파렴치한 남자라는 것을 알려주지만 승희가 무시하자 그 남친을 엄청 패주고 승희와 작별을 하게 된다.
D. 승희와의 두 번째 운명의 만남은?
시간이 흘러 영광은 군대를 가게 되고 승희는 전방까지 배웅을 해주는데 그곳에서 만취한 영광이 화장실에서 잠이 들자 동사하지 않게 보살펴 주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그 뒤 5년이 지난 후 영광은 헬스클럽 강사로 일하고 승희는 전공과 달리 케이블 TV에서 광고 모델이 되어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된다. 승희는 파렴치한 남친과는 헤어졌지만 영광은 새로운 여친이 생겨 두 사람은 다시 엇갈린다. 하지만 승희가 지방 촬영 때마다 운전기사 노릇을 해 주던 영광은 결국 그녀가 유일한 자신의 여자라고 확신하고 여친과 헤어진다. 영광에게 확신을 가지지 못하던 승희는 어느 병원 홍보 촬영 중 떨어진 간판을 영광이 대신 맞으며 승희를 지켜 준 사건을 계기로 드디어 영광에게 마음을 열고 두 사람의 본격적인 사랑이 시작된다.
E. 두 사람에게 이별의 그림자가 드리우게 되는 계기는?
승희는 의류회사에 취직하지만 어깨를 다친 영광은 원하는 체육 선생이 되지 못하고 헬스클럽 강사를 힘겹게 하면서 심한 열등감과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러던 중 승희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술에 취한 영광이 친구에게 "만약에 나 승희 안 만났으면 어떻게 됐을까? 그때 안 만났다면 안 다쳤을 거고 임용고시 1급 자격을 따서 취직도 했을 텐데, 나중에 내가 힘들 때마다 승희 만난 것을 후회할까 봐 겁이 나, 그때부터 일이 꼬여 버린 것 같아"라고 넋두리하는 것을 승희가 보게 되고 큰 상처와 실망을 하고 망설이던 벨기에 지사로 연수를 떠나버리게 된다.
F. 승희가 떠난 3년이 지난 후 그들의 엔딩은?
고등학교 체육 선생이 된 영광은 승희를 기다렸지만 3년이 지난 후 돌아온 그녀는 청첩장을 보낸다. 영광은 그 결혼식에 가지 않기 위해 친구들과 애써 낚시를 떠나지만 낚시 도구 안에 승희가 그린 "복도 많지 나를 낚다니"라는 그림을 보면서 소중했던 사랑의 기억들로 오열하게 된다. 영광은 그녀에게 마지막 사랑을 전해주기 위해 결혼식장으로 달려간다. 영광은 "네 덕분에 대학도 가고 사랑도 배우고 네가 곁에 있어서 이렇게 바뀐 거야. 내 인생에 불쑥 나타나 줘서 고맙다"라고 자신의 잘못을 사과하고, 승희도 자신이 힘들 때마다 응원해 준 영광에게 감사 인사를 한다. 그렇게 두 사람의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첫사랑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에필로그>
영화에서 여자는 "네가 했던 말을 못 잊는 게 아니야, 네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못 잊는 거야"라며 애틋했던 첫사랑을 떠나간다.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는 그런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며 그녀의 결혼식에서 진심을 다해 행복을 빌어준다. 우리는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을 때는 잘 잊어버리지만 막상 그 소중한 것이 떠나가면 가슴 깊이 절실함을 깨닫게 된다. 그것은 연인일 수도, 부모님일 수도, 국민의 지지일 수도 있겠다. 사랑이 떠난 자리에서 보낼 힘겨운 시간을 생각하면서 있을 때 소중한 사람들을 잘 보살필 필요가 있다.
<한경닷컴 The Lifeist> 서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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