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끓는 친환경 보일러 전쟁
내년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지원사업 공급 물량이 올해보다 두 배 이상 늘어난 61만 대로 확정된 가운데 ‘대목’을 앞둔 보일러업계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올 들어 대성셀틱과 일본계 기업 린나이 등 3~4위 업체의 약진이 두드러져 업체 간 경쟁이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19일 환경부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웅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의 친환경 보일러 사업 지원 물량은 61만 대로 올 들어 10월까지 지원 물량(23만1200여 대)의 2.6배에 달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내년부터 대당 지원금액을 20만원에서 10만원으로 줄인 대신 가급적 많은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해 공급 물량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보일러 지원 사업이란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미세먼지 배출이 많은 구형 보일러를 친환경 보일러로 바꿀 경우 일부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다. 작년 4월 법적으로 친환경 보일러 설치가 의무화되면서 신청이 폭주해 접수와 동시에 매년 1~2월 조기 마감된 지자체가 많았다.

겨울철 성수기를 맞은 보일러업계는 대폭 늘어난 지원사업 물량이 풀리는 다음달을 대비해 홍보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년엔 정부 지원사업 규모가 연간 가정에서 설치되는 전체 물량(100만 대)의 60%에 달해 소비자의 관심도 커진 상황이다.

환경부가 집계한 제조사별 친환경 보일러 보급사업의 작년 집행 실적(1~10월)에 따르면 시장의 41%를 경동나비엔이 차지했고 귀뚜라미가 28%, 린나이가 18%, 대성셀틱이 10%가량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알토엔대우와 롯데알미늄이 각각 1% 내외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올해는 같은 기간(1~10월) 경동과 귀뚜라미의 점유율이 소폭 낮아졌고 린나이와 대성셀틱은 3~4%포인트씩 뛴 것으로 조사됐다. 보일러업계 관계자는 “소비자 신청 기준이 아니라 환경부 등의 최종 예산 집행 기준 통계라 업체별로 점유율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작년 보다 올해 지원사업 예산이 줄었는데도 린나이와 대성셀틱 점유율이 높아진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성셀틱은 올해 초 롯데그룹의 보일러 사업 계열사 롯데알미늄을 인수하면서 시장점유율이 급등했다. 린나이 관계자는 “지역별 대리점 사장들이 직접 전단지를 만들어 돌리는 등 친환경 제품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보일러업계 양대산맥인 귀뚜라미는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파악한 친환경 보일러 내수시장 점유율은 35% 수준”이라며 “내년엔 미국 수출도 성과를 보여 보일러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