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지역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증상조사…택배노조 "집단 산재 신청"
"택배 저상차량 이용 노동자가 근골격계 질환 더 많이 호소"
차체 높이가 낮은 저상차량을 이용하는 택배노동자들은 일반·하이탑차 이용 노동자보다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비율이 더 높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은 16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김포지역 택배노동자 근골격계질환 증상조사 결과' 보고서를 공개하며 집단 산재 신청에 나선다고 밝혔다.

연구소가 11월 29일∼12월 1일 경기 김포에 있는 CJ대한통운 터미널에서 근무하는 조합원 35명을 대상으로 증상조사를 진행한 결과 일반·하이탑차 사용자의 경우 24명 중 14명(58.3%)이, 저상탑차 사용자의 경우 11명 중 8명(72.7%)이 근골격계 증상을 호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 35명 중 저상차량 사용자는 11명으로 31.4%였던 반면, 증상호소율이 높은 검진대상자(22명)에서 저상차량 사용자는 8명으로 5%포인트 높은 36.4%로 조사됐다.

연구소는 "이는 저상차량 사용이 노동자 근골격계질환에 더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인체공학적으로 설계되지 않은 저상차량 설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저상차량 사용자는 손목·어깨·허리·다리 부위의 증상을 호소하는 비율이 일반·하이탑차 사용자에 비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택배 저상차량 문제는 지난 4월 지상에 차가 다니지 않는 '공원형 아파트'인 서울 강동구 고덕동 대단지 입주민들이 택배노동자들에게 지하 주차장 이용을 요구하면서 공론화됐다.

일반 택배차량은 차체가 지하 주차장 진입 제한 높이인 2.3m보다 높아 단지 내로 진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제한 높이 이하로 진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이 없는 택배기사들은 정문 근처에 택배를 쌓아두거나 수레를 이용해 문 앞까지 배송해야 했다.

막상 저상차량을 사용하면 택배노동자들의 작업에 큰 불편을 초래하는 문제가 있었다.

허리를 많이 숙이거나 무릎으로 기어야 차량 적재물을 내릴 수 있어 작업자의 신체에 무리가 따르는 활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택배노조는 이날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상탑차가 아니어도 근골격계 질환을 달고 살 수밖에 없는 택배 노동자들에게 저상탑차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택배노동자들을 심각한 산재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