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익숙한 음식의 '낯선 얼굴'을 마주하는 재미
사람들은 보통 옥수수 알맹이만 먹고 옥수숫대는 버린다. 그런데 옥수숫대 속엔 달콤한 즙이 들어 있다. 남미의 원주민들은 옥수수를 이용해 두 가지 술을 만들었다. 알맹이를 보리처럼 이용한 옥수수맥주, 옥수숫대의 즙을 짠 옥수숫대술이다. 스코틀랜드 출신의 미국 초기 정착민들은 이 중 옥수숫대술을 증류해서 마셨는데, 이것이 오늘날 버번위스키의 원형이다.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는 음식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와 생각을 담아냈다. 셰프 겸 푸드라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익숙지 않은 식재료나 요리를 소개하는가 하면, 익숙한 식재료와 요리를 낯설게 보기도 한다. 다른 나라의 식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내용도 소개한다.

버터 하나만 해도 종류가 다양하다. 소금 첨가 유무에 따라 무염, 저염, 가염 버터로 나뉜다. 소금을 첨가한 것은 과거 버터의 부패를 늦추기 위한 것이었다. 요즘은 보존보다는 맛과 용도에 따라 구분한다. 2%의 소금을 더한 가염 버터는 무염 버터보다 훨씬 풍미가 강하다. 저자는 “빵에 펴 발라 먹는 용도라면 가염 버터를, 요리나 베이커리에 사용할 것이라면 무염 버터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최근엔 버터 제조 과정에서 발효를 거쳐 산뜻한 산미와 미묘한 풍미를 더한 발효 버터도 찾아볼 수 있다.

파스타가 대중적인 음식이 된 건 이탈리아에서도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중세 아랍인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섬에서 건면 파스타를 생산했고, 북부에서는 생면 파스타를 만들기 시작했는데 당시 가격이 꽤 비쌌다. 서민들이 파스타를 마음껏 먹을 수 있게 된 건 18세기에 이르러서다. 산업화로 공장이 들어서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때부터 기근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파스타가 공급됐고, 주요 음식으로 자리잡게 됐다.

저자는 일생의 남은 기간에 단 한 가지 음식을 먹는다면 ‘국밥’을 먹겠다고 얘기한다. “맛과 영양 가격 그리고 푸짐함이 주는 만족감까지 생각한다면 국밥만큼 매력적인 선택지가 또 있을까.”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