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많이 다른 '이웃 나라' 韓·中·日 이야기
일본에서는 사촌을 포함한 친척 간의 결혼이 적지 않다. 반면 한국에서는 친척뿐만 아니라 동성동본끼리의 결혼도 엄격하게 피해 왔다. 일본에서는 결혼한 여성이 대부분 남성의 성으로 바꾸지만 한국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은 이웃 나라인데도 기본적인 가족관계조차 다른 점이 많다. 중국과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지리적으로 가깝다고 해서 서로를 잘 아는 것은 아니다.

《문화인류학으로 보는 동아시아》는 동아시아 여러 지역의 다양한 모습을 문화인류학을 통해 조망한다. 일본 인류학자들이 동아시아 곳곳을 연결하며 친족, 종교, 젠더, 이민, 초국가주의 등의 분야를 소개한다.

저자들은 홋카이도와 그 주변 지역에서 오래 살아온 일본의 선주민 아이누와 중국 본토에서 사람들이 이주해오기 전에 거주하던 대만 선주민을 통해 단일 민족의 허구성을 밝힌다. 일본에 거주하며 한국 국적을 가진 자이니치(在日) 코리안 2세들의 삶을 통해 국가와 민족이 일치하지 않는 사례도 보여준다. 한국에 사는 한국인과 똑같은 권리를 갖고 있지도 않고, 일본에서는 선거권도 없는 이들을 통해 국가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된다.

오키나와 남쪽에 있는 야에야마 지역은 일본 본토보다 대만에 더 가깝다. 이 지역 주민은 예로부터 대만과 활발하게 교류했다. 그러나 1945년 국경선이 그어지고 직접 왕래가 불가능해지자 생활용품 중심의 밀무역이 이뤄졌다. 이들은 국경을 넘어 다른 문화와 사회 시스템 사이를 자유롭게 왕래하는 초국가주의 흐름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공한다.

저자들은 과거 일본 제국주의와 식민주의가 동아시아 국가에 미친 영향을 문화인류학적으로 분석한다. 태평양 미크로네시아 지역의 팔라우는 과거 일본이 30년간 통치한 흔적이 아직 남아 있다. 시골 마을에 ‘긴자’라고 불리는 큰 길이 있고 아이 출생과 장례식 등 중요 행사에서 돈이나 서비스를 교환하는 것을 ‘슈칸’이라고 말한다. 이는 관습이라는 일본어에서 온 말이다. 일본인들은 식민주의 역사에 대한 문제를 회피하지 말고 설명할 책임이 있다고 저자들은 강조한다.

문화인류학은 사람을 어른으로 만든다고 한다. 지금까지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게 되고, 상대방의 잣대에 의지하면서 현상의 배후를 살피는 자세를 갖게 된다.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것이 문화인류학의 묘미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