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 입구에 차를 장기간 방치해 주택 내부 주차장 이용을 막았더라도 이런 주차 행위를 강요죄의 전제인 폭행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강요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무죄 취지로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6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A씨는 서울 서초구 주택가의 도로 1천189.1㎡(약 360평)를 소유하고 있다.
영문 알파벳 '유'(U)자 모양의 이 도로를 따라 양쪽에는 대지와 대지 위의 지상 주택 30여 곳이 있는데, A씨는 도로 일부를 주차 공간으로 사용하는 주택 소유자들에게 도로 지분을 사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주택 소유자들은 매입을 거부했다.
실랑이가 이어지는 중이던 2016년 4월부터 A씨는 자신의 승용차를 도로 주변의 한 주택 대문 앞에 세우고 빼주지 않기로 했다.
이런 행위가 약 1년 이어지는 동안 주택 소유자 B씨는 자기 집 내부 주차장을 못 쓰게 됐다.
재판의 쟁점은 도로 소유주 A씨의 주차 행위가 폭행·협박에 해당하는지였다.
A씨는 강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강요죄의 수단은 폭행이나 협박이기 때문이다.
1심과 2심은 "(A씨의) 차량 주차 행위는 피해자의 차량 운행에 관한 의사 결정과 의사 실행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피해자에 대한 유형력의 행사로, 강요죄의 수단인 폭행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사람에 대한 간접적인 유형력의 행사를 강요죄의 폭행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피고인이 유형력을 행사한 의도와 방법, 그 행위와 피해자의 근접성, 유형력이 행사된 객체와 피해자의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주차 행위가) 피해자를 폭행해 차량 운행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A씨는 B씨가 주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할 의도를 갖고 집 앞에 차를 댔지만, 당시 두 사람 사이에 물리적 접촉이 있었다거나 A씨가 B씨에게 어떤 유형력을 행사했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피해자에게 주택 외부에 있던 차량을 주택 내부의 주차장에 출입시키지 못하는 불편이 발생했으나 차량을 용법에 따라 정상적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며 "원심판결에는 강요죄에서 폭행과 권리행사방해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