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 "피해자에게 반말·고성"…공군 "적절한 보호조치 했다"
"가혹행위 가해자측, 법정서 2차 가해…공군 법원 방조"
후임병에게 집단폭행·성추행·감금 등 가혹행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공군 제18전투비행단 선임병들의 사건을 심리하는 군사법원 재판부가 법정에서 가해자 측의 '2차 가해'를 방조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올해 7월 사건을 공론화한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6일 "공군본부 군사법원은 법정에서 벌어진 가해자 변호인의 2차 가해를 방관하고 두둔했다"고 주장했다.

센터는 당시 피해자가 올해 초 비행단에 신병으로 전입한 뒤 선임병 4명으로부터 약 4개월간 ▲ 구타·집단 폭행 ▲ 성추행 ▲ 감금 ▲ 전투화에 알코올 소독제 뿌려 불붙이기 등의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폭로했다.

선임병들은 혐의가 인정돼 재판에 넘겨졌고, 공군 법원은 이달 13일 피해자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센터는 "재판 중 가해자 측 변호인은 피해자를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며 소리를 치고 '지금 거짓말하는 거네?',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을 때) 도와 달라고 소리라도 치면 될걸'이라며 반말로 피해자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지켜보면서 피해자 변호인이 제지 요청을 하기 전까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 센터의 주장이다.

센터는 "심지어 흥분한 가해자 측 변호인이 피해자 변호인을 신체적으로 위협했는데도 재판부는 통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변호사가 재판부에 제지를 요청하자 가해자 측 변호인은 '나도 참는 데 한계가 있다'라며 재킷을 벗더니 피해자 변호사에게 접근해 팔뚝을 보이며 '지금 해보자는 거야?'라고 고함을 지른 뒤 발을 구르고 법정에서 퇴정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또 "가해자 변호인이 공소장에 없는 사실을 피해자에게 질문하며 압박하자 군검사가 제지를 시도했지만, 가해자 변호인은 '굳이 공소사실에 대해서만 물어야 하냐'라며 되레 소리쳐 반박했다"며 "재판부는 이때도 양측 발언을 들으려 하거나 제지하지 않고 가해자 변호인의 주장만 들었다"고 주장했다.

"가혹행위 가해자측, 법정서 2차 가해…공군 법원 방조"
이런 식의 압박이 몇 시간 반복되자 피해자 변호인은 총 3번의 휴정을 요청했고, 마지막 휴정 중 진술을 포기하고 퇴정했다고 센터는 전했다.

결국 피해자 변호인이 "이미 여러 번 진술조서를 통해 범행을 밝혔고, 증거까지 다 제출했는데 굳이 피해자를 세워두고 이런 질문을 받게 해야 하나.

명백한 2차 가해"라고 항의하자 재판부는 미안하다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센터는 "공군 법원은 가해자를 엄단할 생각이 있기는 한 것인가.

집단 폭행과 추행, 감금 등 행위를 그저 병사들끼리 '장난'친 것이라 여기는지 의심스럽다"며 "반복되는 2차 가해와 가해자 편들기를 지켜보며 더는 공군에서 정의로운 판결이 나오길 기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센터는 군사법원의 상위 기관인 국방부가 직접 사건을 심리하도록 군검찰에 재판부 기피 신청을 요청할 계획이다.

또 가해자 변호인을 서울지방변호사회·대한변호사협회에 품위 손상 행위로 징계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공군은 법원이 양측의 권리가 정당하게 행사될 수 있도록 재판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공군 관계자는 "재판장은 변호인들에게 신문 전과 도중에 적절한 주의를 당부했다"며 "신문 중 반복적 질문이나 답변하기 곤란한 사항은 제지하는 등 피해자를 보호하며 정당한 반대신문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소송을 지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차 가해를 방조한 바 없으며, 피고인들이 퇴정한 후 피해자 신문 절차를 진행하는 등 적절한 보호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