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발생 지진 중 가장 강력, 역대 11번째…포항지진 이후 4년여만
서울·경기서도 일부 진동감지 신고…제주도민 "이런 진동 평생 처음"
인명피해·건물파손 등 신고 아직 없어…김총리 "피해 신속 파악"
서귀포 인근 해역서 4.9 지진…전남·광주·전북서도 진동 감지
14일 오후 5시 19분께 제주 서귀포시 인근 바다에서 올해 가장 강력한 규모인 4.9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년여 만에 가장 큰 규모의 지진이다.

이날 지진으로 제주도 전역에서는 고층 건물이 흔들릴 정도로 큰 진동이 감지됐으며, 제주 외에 전남, 경남, 광주, 전북 등 인근 지역은 물론이고 서울과 경기에서도 일부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행정안전부와 기상청, 소방청 등 재난당국은 정확한 피해 규모를 계속 확인중이나 아직 인명 피해나 건물 파손 등의 큰 피해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귀포 인근 해역서 4.9 지진…전남·광주·전북서도 진동 감지
◇ 올해 발생 지진 중 가장 강력, 여진 10회 발생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지진은 오후 5시 19분 14초 제주 서귀포시 서남서쪽 41km 해역에서 발생했다.

진앙은 북위 33.09도, 동경 126.16도이다.

기상청은 진원의 깊이를 17㎞로 추정했다.

기상청은 지진이 발생한 직후 지진 규모를 5.3으로 발표했다가 바로 4.9로 하향 조정했다.

지진 발생 위치도 서귀포시 서남서쪽 32㎞ 해역에서 41㎞ 해역으로 수정했다.

4.9의 지진은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에서 발생한 규모 5.4 지진 이후 가장 크고, 올해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다.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1978년 이래 역대 공동 11번째 규모에 해당한다.

지진 발생 이후 오후 9시까지 규모 1.3∼1.7의 여진도 총 10번 발생했다.

기상청 유상진 지진화산정책과장은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규모 4.9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여진이 계속해서 발생할 수 있다"며 "수개월에서 1년 정도 이어질 수 있어 지속적인 감시·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지진으로 제주 전역은 물론이고 전남, 경남, 광주, 전북 등 인근 지역에서도 진동을 느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지역별 계기진도는 제주 5, 전남 3, 경남·광주·전북 등 2로 기록됐다.

계기진도 5는 거의 모든 사람이 진동을 느끼고 그릇, 창문 등이 깨지기도 하며 불안정한 물체는 넘어지는 정도를 말한다.

계기진도 4에서는 실내에서 많은 사람이 느끼고 밤에는 잠에서 깨기도 하며, 그릇과 창문 등이 흔들린다.

3의 경우 실내, 특히 건물 위층에 있는 사람이 현저하게 느끼며, 정지하고 있는 차가 약간 흔들린다.

2의 경우 조용한 상태나 건물 위층에 있는 소수의 사람만 느끼는 정도다.

이날 지진으로 인한 인명피해, 건물파손 등의 신고는 아직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청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까지 유감 신고(지진을 느꼈다는 신고)는 167건 접수됐다.

제주 108건, 전남 37건으로 대부분이었지만, 서울과 경기 등에서도 지진을 느꼈다는 신고가 일부 있었다.

신고건수는 서울 2건, 경기남부 4건, 경기북부 1건, 대전 6건, 부산 2건, 세종 3건 등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이날 행정안전부 장관과 소방청장에게 "지진으로 인한 피해 상황을 신속히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 등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또 원전·전기·통신·교통 등 국가기반 서비스에 장애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할 것을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국토교통부 장관에 주문했다.

행안부도 곧바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1단계를 가동하고, 이어 오후 6시께 기상청, 소방청, 해경, 제주도, 전라남도 등의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전해철 장관 주재로 영상 중대본 회의를 개최해 대응책을 논의했다.
서귀포 인근 해역서 4.9 지진…전남·광주·전북서도 진동 감지
서귀포 인근 해역서 4.9 지진…전남·광주·전북서도 진동 감지
◇ 제주도민 "이런 진동 평생 처음…아이들, 밖으로 울면서 뛰쳐나가"
제주도민들은 이날 지진으로 섬 전체가 흔들렸다면서 큰 공포감에 휩싸였다.

특히 지진 여파가 진앙 반대편인 제주시 고층 건물까지 전달되면서 주민들은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진 발생 당시 제주도 전역에 있는 건물들이 갑자기 '쿠쿵'하는 소리와 함께 3∼4차례 크게 흔들렸다.

서귀포시 대정읍 모슬포에 있던 60대 여성 조모 씨는 "의자에 앉아있었는데 의자가 덜덜 흔들리며 떨리고, 주변에 있던 펜스가 흔들려서 덜컹덜컹 소리가 날 정도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진앙 인근인 서귀포시 안덕면 대평리의 한 단층 단독주택에 거주하는 김태경(47) 씨는 "8살과 11살짜리 아이는 처음 느껴보는 진동에 밖으로 울면서 뛰쳐나왔다"고 묘사했다.

서귀포시 동홍동의 한 건물에 있던 40대 남성 고영훈 씨는 "8층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지진은 서귀포시뿐 아니라 제주도 대부분 지역에서 감지됐다.

제주시 화북동의 한 아파트 7층에 거주 중인 황모(60·여) 씨는 "누워있다가 갑자기 10초 이상 어지럽고 아파트가 통으로 흔들리는 느낌을 느꼈다"며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다"고 말했다.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한 단독주택에 사는 홍모(63) 씨는 "순간적으로 집 창문이 덜덜덜 떨려 깨지는 줄 알았다"며 "살면서 이렇게 땅이 흔들리는 느낌은 처음 느껴봤다"고 말했다.

제주도교육청은 도내 모든 학생과 교직원을 긴급 귀가 조치했다.

다행히 제주 소방당국이 사람이 다치거나 건물이 파손돼 출동한 건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사례가 적었던 데 대해 기상청은 지진이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 발생한데다, 지진이 원인으로 분석된 주향이동단층 운동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과장은 "규모가 4.9 수준인데다 단층이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으로 지진이 일어났기 때문에 지진해일(쓰나미)을 일으킬 정도의 에너지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귀포 인근 해역서 4.9 지진…전남·광주·전북서도 진동 감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