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가 안모씨(54)는 지난 8월부터 두 달 동안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그는 “취객 한 명이 일행에게 들러붙어 (그를) 떼어 놓다가 되레 폭행죄로 고소를 당했다”며 “증거를 따져보지도 않고 ‘무조건 고소’를 고집하더니 내가 맞고소를 하자 (고소를) 바로 취하했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협박 목적으로 억지 고소를 한 것”이라고 토로했다.

안씨처럼 일상에서 이 같은 ‘고소전’에 휘말리는 일은 생각보다 흔하다. 이 때문에 고소·고발 남용으로 억울한 피의자가 생기고 경찰 행정·수사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입법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14일 경찰청 자체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경찰이 접수한 고소 건수는 총 35만4664건이다. 2017년 30만9612건에서 꾸준히 늘어 지난 3년 동안 15%가량 증가했다. 하지만 경찰 단계에서 검찰에 넘어가는 기소의견 송치 비율은 2017년 25.4%에서 지난해 20.7%로 오히려 줄었다. 고소된 사건 5건 중 1건만 검찰로 넘어가 수사를 받게 된다는 의미다.

일단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상대방은 피의자로 자동 입건된다. 경찰서에 출석해 조사에 응해야 한다. 3회 이상 출석 요구에 불응할 시 강제 구인이나 체포 영장이 발부될 수 있다.

공무원은 입건만 돼도 수사개시통보 대상이 되는 등 각종 불이익을 받게 된다. 고소·고발만으로도 상대방을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소할 권리만 누리려고 하지 말고 어느 정도 책임 장치를 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경찰관은 남발되는 고소·고발 탓에 수사력이 분산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올해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6대 중요 범죄’를 제외한 대부분 사건을 경찰이 수사하게 되면서 업무량이 크게 늘었다.

여기에 무리한 고소·고발까지 더해지다 보니 사건 처리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일선서 경제팀에 근무하는 B경위는 “10건 중 3건은 형사 사건으로 보기 어려운 사건들”이라며 “죄가 안 된다고 설명해도 계속 민원을 넣기 때문에 그냥 접수하고 조사한 다음에 사건을 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입법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9월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 요건 등에 맞지 않는 고소·고발은 수리를 반려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박 의원은 “현행법상 명시적 규정이 없어 고소·고발이 접수되면 일단 입건하는 실무관행이 정착된 상황”이라며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고소·고발을 반려할 수 있도록 하고, 이에 대해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남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