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추덕영 기자
일러스트=추덕영 기자
1993년 동원증권 1년 차 신입사원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신입사원 연수 당시 유독 ‘인터넷’에 관심을 보인 그를 눈여겨본 회사 선배는 새롭게 시작하는 온라인 비즈니스에 합류할 의사가 있냐고 물었다. 이제 막 꽃피기 시작한 인터넷을 통해 무궁무진한 세상이 펼쳐질 것 같다는 기대감에 단번에 제의를 받아들였다. ‘온라인 금융 전문가’로 불리는 김대홍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의 출발점이었다.

모바일 주식매매 특허 내기도

김 대표는 국내 온라인 증권사 시대를 연 ‘1세대 온라인 금융 전문가’다. 1992년 동원증권 이비즈(e-biz)팀에 입사한 이후 약 30년간 온라인 금융 전문가로서 경력을 쌓았다. 오늘날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도 2009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 본부장이던 김 대표의 손을 거쳤다. 지금은 카카오 플랫폼을 활용한 첫 증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수장이다. 카카오만의 증권사를 만드는 데 지난 2년 남짓 동안 기틀을 닦았다.

동원증권 입사 후 온라인 비즈니스에 눈뜬 그는 1997년 온라인 증권사 설립을 꿈꾸며 동원증권을 떠나 새로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미국에서 온라인 증권사 ‘이트레이드증권’이 성공하는 것을 보고 확신을 얻었다. 당시 실무자이던 김 대표, 키움증권 수장 이현 부회장(당시 팀장) 등 ‘온라인별동대’ 10여 명이 함께했다. 새로운 온라인 증권사를 세우겠다는 이들의 꿈은 쉽게 성사되지 않았다. 팀원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김 대표는 E미래에셋증권 법인설립위원회에 참여해 그간 꿈꿔온 온라인 증권사 설립이라는 소망을 이뤘다.

이후 김 대표의 시선은 ‘모바일’로 향했다. 2006년 휴대전화(피처폰)를 이용한 주식 매매와 관련한 특허도 냈다. 본인이 원하는 가격대와 수량을 등록하면 해당 가격대가 왔을 때 휴대폰으로 문자가 오는 시스템이었다. 문자의 ‘OK’ 버튼 하나만 누르면 서버에 저장돼 있는 주문이 나가게끔 했다. 스마트폰과 MTS가 없던 시절 김 대표와 미래에셋증권은 혁신적인 매매 시스템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2009년에는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 본부장을 맡아 국내 첫 MTS 출시를 주도했다. 2007년 하반기 미국에서 애플의 아이폰이 유행하는 것을 보고 ‘모바일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당시 국내 모바일 증권 환경은 열악했다. 아이폰이 출시되기 전으로, 스마트폰이라는 개념조차 제대로 잡히지 않은 시기였다. 그는 미국에서 아이폰을 가져와 개발자들과 MTS를 선제적으로 준비했다. 2009년 국내에서 아이폰이 출시된 직후 미래에셋증권은 국내 최초의 MTS를 선보였다. 다른 증권사보다 반년 가까이 앞섰다.

김 대표는 온라인·모바일 시대 이후에는 플랫폼이 금융을 주도할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미래에셋을 떠나 카카오페이에 합류한 이유다. 하지만 당시 카카오페이 내 증권 사업은 태스크포스(TF) 수준에 불과했다. 증권사에 필요한 기본적인 인력과 시스템조차 없었다.

“일에서 본인만의 재미를 찾아라”

김 대표는 지난해 2월 카카오페이증권 대표로 취임한 이후 인력 충원과 시스템 구축에 집중했다. 모든 직원의 채용 면접에 빠지지 않고 들어갈 정도로 ‘사람’에 정성을 기울였다. 지난해 2월 출범 당시 42명이던 리테일 부문 직원은 현재 138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평소 직원들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라”고 강조한다. 자칫 ‘지루한 일 대신 관심이 가는 일을 찾아라’는 식의 진부한 얘기처럼 들릴 수 있지만, 김 대표가 말하는 ‘좋아하는 일’의 의미는 조금 다르다. 그는 “어떤 업무든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다”며 “어떤 일에서든 자신만의 재미를 찾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영역을 찾고자 하면 새로운 관점에서 일을 바라볼 수 있고, 이것이 대체로 좋은 성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김 대표 본인도 증권업 가운데 온라인과 디지털이라는 영역에서 재미를 찾아 지금의 대표 자리까지 올 수 있었다.

자기주도성도 김 대표가 내세우는 주요 가치 중 하나다. 직원을 채용할 때도 ‘자기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본다. 자기주도적 문화는 창의적 문화로 연결된다는 것이 김 대표의 철학이다. 그는 “직원이 자기주도적인 조직에서는 창의적 결과물이 나온다”며 “변화에 이끌려 가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주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일상과 투자 연결하는 문화 구축

김 대표의 목표는 뚜렷하다. 플랫폼이 이끄는 새로운 투자 문화를 증권업계에 안착시키는 것이다. 김 대표는 “《플랫폼 레볼루션》이라는 책을 보면 ‘어떤 제품과 서비스도 플랫폼을 이기진 못한다’는 내용이 있다”며 “카카오페이증권은 카카오라는 플랫폼을 최대 경쟁력으로 갖추고 있고, 앞으로도 이 강점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이 스마트폰산업의 ‘게임체인저’였던 것처럼 카카오페이증권도 사람들의 습관과 문화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사람들이 투자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게 아니라 일상에서 조금씩 자금을 모아가는 문화를 만드는 데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대홍 대표는

△1967년 서울 출생
△1990년 단국대 무역학과 졸업
△1992년 동원증권 입사
△1999년 E미래에셋증권 설립준비위원
△2000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사업팀장
△2009년 미래에셋증권 온라인비즈니스 본부장
△2017년 미래에셋대우 컨텐츠개발본부장
△2019년 카카오페이 증권 TF 총괄 부사장
△2020년 카카오페이증권 대표이사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