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 은퇴자금 버는 시대 온다"
“게임만으로도 은퇴 자금을 벌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힐마 베이거 패터슨 CCP게임즈 대표(사진)는 14일 온라인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로 떠오른 ‘돈 버는 게임’에 대해 “글로벌 게임업계에는 이미 게임 아이템을 거래하는 2차 시장이 존재한다”며 “일명 ‘플레이투언 게임(돈 버는 게임)’은 이전에도 있었고 앞으로도 막을 수 없는 흐름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경제학자가 CCP게임즈 직원

CCP게임즈는 글로벌 인기 게임 ‘이브 온라인’을 개발해 운영하는 아이슬란드의 세계적인 게임업체다. 이브 온라인은 세계적으로 4000만 명 이상이 즐기고 있다. 게임 이용자들이 거대한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의 역사를 직접 만드는 공상과학(SF)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이브 온라인의 오프라인 축제인 ‘이브 팬페스트’에는 세계 각국에서 수천 명의 팬이 모여들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아이슬란드 대통령도 축제에 참여한다. 국내 게임사 펄어비스가 2018년 CCP게임즈를 인수했다.

CCP게임즈는 게임 내 경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해 경제학자를 고용하는 등 혁신적인 게임 운용 방식으로 유명하다. 패터슨 대표는 서울시의 국제경제자문단 자문위원을 맡기도 했다.

CCP게임즈는 최근 NFT(대체불가능토큰) 콘텐츠를 선보여 주목받았다. ‘얼라이언스 토너먼트’라는 게임 내 대회 상품으로 NFT 콘텐츠를 나눠줬다.

패터슨 대표는 “NFT나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화 방식이라는 점에서 이용자 중심의 CCP게임즈 게임 운영 방식과 비슷해 관련 연구를 계속 해왔다”며 “다만 회사가 NFT 콘텐츠나 플레이투언 방식을 당장 전면 도입하기에는 지금은 조금 이른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플레이투언 방식을 본격 도입하게 되면 게임을 단순히 즐기는 사람과 게임에서 돈을 벌려는 이용자로 나뉘고 두 부류 사이의 역학 관계가 복잡해지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돈 버는 게임 막을 수 없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플레이투언 게임 방식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패터슨 대표는 “게임 이용자가 게임에서 창출한 가치가 밖에서도 의미를 갖는 것은 게이머의 꿈”이라며 “앞으로는 게임 내 콘텐츠가 현실에서도 자산 가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게임업계의 NFT에 대한 관심도 과열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서서히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 것이라고 그는 내다봤다. 그는 “모든 혁신이 그렇지만 큰 충격 이후에 잠잠해지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는 점진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플레이투언 게임은 이제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글로벌 게임업계에서는 CCP게임즈가 블록체인 플랫폼 테조스와 손잡은 것도 주목했다. 패터슨 대표는 “테조스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보다 훨씬 적은 에너지를 쓰는 환경친화적 블록체인”이라고 설명했다.

CCP게임즈는 이브 온라인 IP(지식재산권)도 확장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유명 만화 출판사인 다크호스 코믹스와 이브 온라인 IP를 활용한 만화책 ‘캡슐리어 연대기’를 내놨다. CCP게임즈는 모회사인 펄어비스와 협업도 강화할 계획이다. 패터슨 대표는 “게임 사업과 관련해 다양한 노하우를 펄어비스와 꾸준히 공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