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인증 앱 '쿠브' 먹통에 손님은 멘붕, 업주는 전전긍긍
미접종자 불만·어르신 불편…"매출 감소 우려" 하소연도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 식당마다 긴 줄…"불편해도 잘 따라야"
"과태료 고지서가 날아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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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카페 등에서 '방역패스'(백신패스) 미확인 시 이용자와 운영자에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시작한 13일.
점심시간을 전후로 매장 입구에 길게 늘어선 줄은 '핫플레이스' 인증샷의 배경이 아니라 방역패스 의무화가 불러온 혼란으로 읽혔다.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 식당마다 긴 줄…"불편해도 잘 따라야"
◇ 과태료 걱정에 '안내와 당부'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식당 업주는 손님들을 상대로 "안심콜 먼저 하세요"라면서 방역패스 확인에 열중했다.

손님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질병관리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인증 앱인 '쿠브'를 열어 화면을 보여줬다.

이 식당 주인 최모(59)씨는 "일일이 접종 여부를 확인하는 게 불편하지만, 시국이 시국인 만큼 방역정책을 잘 따르려고 하고 있다"면서 "나중에는 백신 접종 날짜까지 확인해야 할 것 같아서 더 번거로울 것"이라고 말했다.

최씨는 "지난 주말에도 손님들에게 방역 패스를 확인했는데, 별다른 거부 반응은 없었다"면서 "다만 어르신들은 휴대전화로 앱을 실행하는 것 자체를 어려워해 직접 쿠브를 설치해드리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광주 북구의 한 식당 업주는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을 입구에 붙였고, 손님이 몰릴 것에 대비해 '방역 패스 QR 코드'를 등록하는 휴대전화도 두 대나 설치했다.

방역 지침에 따라 수기명부 작성이 금지돼 명부는 일찌감치 서랍 속에 넣어뒀다.

경기 수원시 팔달구 한 식당 관계자는 "QR 코드를 정상적으로 제시하지 못하는 손님들은 출입을 제한했다"며 "한정된 점심시간 동안 방역패스에 대한 진위를 일일이 확인하는 게 더 힘든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 식당마다 긴 줄…"불편해도 잘 따라야"
◇ 기다리다 지친 손님들…매출 감소 우려
부산 해운대구 한 어탕 전문점 업주는 과태료 걱정 탓에 며칠 전부터 밤잠을 설칠 정도였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 업주는 "점심시간 2시간 동안 보통 100명 이상 손님이 오는데 홀서빙을 하면서 그 모든 사람을 일일이 어떻게 확인할지 눈앞이 캄캄하다"며 "문 앞에서 기다리던 손님이 그냥 돌아가는 경우도 부지기수라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휴대전화에 미처 접종 증명서를 다운로드받지 않았거나 애플리케이션 오류로 QR 코드가 늦게 뜨는 탓에 매장 이용에 불편을 겪는 손님들도 상당수였다.

인천 남동구 구월동 한 카페 업주는 "계산 전에 미리 모든 손님의 접종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다 보니 정신도 없고 헷갈린다"며 "방역패스 때문인지 오늘 손님도 더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을 전후로 질병관리청 '쿠브' 애플리케이션 접속이 안 돼 혼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점심 약속으로 부산 연제구 한 식당에 찾아간 A씨는 "쿠브가 먹통이라 인증을 못 하고 입장했다"며 "가게 앞이 손님들 줄이 이어졌고, 가게 주인이 입구에서 안내했지만 역부족이었다"고 말했다.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점심 식사를 한 50대 직장인 김 모 씨도 "쿠브가 먹통 현상을 보여 머뭇거리자, 한 직원이 대신 휴대전화 카톡 앱에서 국민비서 구삐를 검색해 들어가 접종 일자를 직접 확인했다"고 전했다.

방역패스 과태료 첫날 식당마다 긴 줄…"불편해도 잘 따라야"
◇ 백신 미접종자는 불만…노인들은 접종 증명에 막막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시민들의 불만섞인 반응도 잇따랐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직장인 한모(31)씨는 "얀센을 접종한 뒤 아직 부스터샷을 맞지 않아서 미접종자로 분류됐다"면서 "얀센 접종 이후 흉통이 지속돼 부스터샷을 아직 고민 중인데, 식당은 물론 도서관도 이용할 수 없게 돼 걱정"이라고 털어놓았다.

한씨는 또 "현재 백신 접종 후유증이 후유증이라고 인정되지 않는 상황에서 개인에게 부담감을 다 떠안으라고 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아 백신 접종 증명을 하기 어려운 노인들은 막막함을 호소했다.

한 분식집 직원은 "테이블이 많지 않아 수기 명부만 하고 있었는데 QR 코드 인증 때문에 공기계를 새로 들였다"며 "지침 위반시 손님 과태료는 10만원이고, 업주는 150만원이라는 건 너무 불공평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김선형 권준우 최은지 권숙희 박철홍 김재홍)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