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북한을 향해 “모든 불법적인 대량살상무기(WMD)와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대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포기(CVIA)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반면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은 북한이 지난 4년간 ‘모라토리엄(핵실험 잠정 중단)’을 지켜왔다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장관은 12일(현지시간) 전날부터 열린 G7 외교·개발장관 회의가 끝난 뒤 의장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북한이 도발 행위를 자제하고 외교에 관여할 것을 재차 촉구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북한이 모든 주민들의 인권을 존중하고 납북자 문제를 즉각 해결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G7은 지난 5월 외교·개발장관회의와 6월 정상회의에서도 북한의 핵문제와 관련해 ‘CVIA’를 촉구한 바 있다. 북한이 크게 반발하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CVID)’라는 표현 대신 CVIA를 사용하면서도 ‘불가역적 포기’의 대상을 핵무기 뿐 아니라 탄도미사일까지 넓히며 강경한 자세를 드러냈다. 특히 “이같은 노력을 지속하기 위한 미국의 준비된 자세를 환영하고 지지한다”는 문구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지난 10일 이영길 국방상 등을 겨냥해 부과한 신규 대북 제재에 대한 지지를 표명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G7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를 촉구하며 미국의 대북 정책을 지지한 날 한국 정부에선 정반대의 목소리가 나왔다. 박 원장은 13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1 글로벌 인텔리전스서밋’에 참석해 “김정은 위원장은 ‘자신은 지난 4년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단 등 핵 모라토리엄을 실천해왔는데 미국으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는 불만이 있을 것”이라며 “북한이 (2019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당시 영변 폐기의 반대급부로 요구했던 민생 분야 제재 해제에 대해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표명하는 것도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미국이 더 담대하게 자국의 백신을 주겠다고 제안한다면 북한이 대화의 장으로 나올 수 있는 모멘텀이 조성될 수 있다”며 대북 백신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