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대동맥판막, 나이 들면 협착증 생겨…수술 없이도 치료 가능"
심장의 대동맥판막은 혈액이 지나가는 ‘여닫이문’ 역할을 한다. 심장이 수축하면서 피를 짜낼 땐 판막이 열려 온몸에 피를 공급한다. 한 바퀴 돌고 피가 다시 심장으로 들어올 땐 판막이 닫힌다. 판막이 문 역할을 제대로 해야 피가 역류하지 않고 혈액 순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판막도 나이를 먹는다. 판막이 낡으면 여닫는 기능이 떨어지면서 혈류 공급에 문제가 생긴다. 최영진 부천세종병원 심장내과장(사진)은 “70대 이상 대동맥판막 협착증 환자에겐 전통적인 수술보단 허벅지에 얇은 관을 삽입해 판막을 새것으로 교체해주는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AVI)’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과장은 보건복지부가 심장전문병원으로 지정한 부천세종병원에서 심장내과를 이끌고 있다. 2013년부터 100건 넘는 TAVI 시술을 하는 등 심장 판막 중재술의 권위자로 꼽힌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왜 생기는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은 고령화로 발생하는 대표적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판막도 일종의 소모품이다. 나이가 들다 보면 판막에 석회가 쌓이게 되고, 판막이 딱딱하게 굳거나 좁아져서 여닫는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된다. 물론 선천적으로 판막 기능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판막은 원래 3개인데, 2개(이첨판)나 1개(일첨판)인 환자가 그렇다. 하지만 환자의 약 90%는 노화로 인해 이 병이 생긴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내 환자는 2016년 2만4535명에서 지난해 3만3202명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증상은 어떤가.

“대동맥판막 협착증의 3대 증상은 실신, 호흡곤란, 흉통이다. 온몸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다 보니 혈압이 정상 수준에서 벗어나면서 갑자기 실신할 때가 있다. 심장에 부담이 가기 때문에 숨이 차거나 흉통이 생기기도 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다가 중증이 되면서 이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데, 심장초음파 검사 등을 통해 진단할 수 있다.”

▷협심증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는데.

“협심증은 심장이 필요로 하는 혈액량이 드나들지 못할 때 발병한다. 대동맥판막 협착으로 판막이 열리고 닫히는 속도가 더뎌지면 심장은 피를 더 짜내기 위해 무리하게 움직인다. 이렇게 되면 심장 근육이 비대해져 더 많은 양의 피를 필요로 하고, 협심증이 함께 생기게 된다.”

▷대동맥판막 협착증을 진단받으면 반드시 수술해야 하는가.

“그렇지 않다. 가슴뼈를 열어 판막을 교체하는 전통적 수술 방법은 고령층엔 여러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고령층에는 절개 부위를 최소화해 신체에 부담을 덜 주는 TAVI를 권장하는 편이다. 유럽에선 75세 이상, 미국에선 80세 이상에 TAVI 수술을 권고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TAVI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면서 지난해 기준 858건 시행됐다.”

▷TAVI는 구체적으로 어떤 원리인가.

“사타구니, 쇄골 아래, 갈비뼈 사이 등을 조그맣게 절개해 ‘카테터’라고 불리는 얇은 관을 삽입한다. 이 관을 통해 인공판막을 대동맥 판막까지 이동시키는 것이다. 제대로 위치를 잡으면 인공판막을 펼친 뒤 카테터를 다시 빼고 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방식이다. 전통적 수술은 망가진 판막을 도려내지만, TAVI는 기존 판막을 도려내지 않고 인공판막을 더해 새로운 문의 역할을 하게 한다.”

▷합병증은 없는가.

“가슴뼈 절개가 필요 없기 때문에 감염, 통증 등 여러 합병증 위험이 적다. 국내 TAVI 성공률은 98%에 달한다. 환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0년 정도 지속된다.”

▷겨울철이 되면 발병률이 더 높아진다고 하는데, 평소 관리법은.

“날씨가 추워지면 혈관이 수축하고, 심장이 펌프질할 때 전체적인 저항이 증가한다. 심장에 더 부담이 가는 것이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다면 겨울철엔 격렬한 운동을 피해야 한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