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문화동아리 활성화·지역 예술인 지원…내년 1월 출범
[톡톡 지방자치] 개항기 역사 간직한 인천 중구, 문화재단 조성
138년 전인 1883년 인천항이 개항하면서 우리나라에도 거스를 수 없는 근대화의 물결이 흘러들었다.

제국주의 열강들의 틈바구니에 낀 인천항 인근 거리도 빠르게 변모했다.

각국 영사관과 은행 지점이 잇따라 건립됐고, 외국인들의 사교장인 구락부(俱樂部)와 국내 최초의 서양식 호텔도 지어졌다.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치외법권 지역은 일명 '조계'로 명명돼 하나이던 거리를 둘로 나눴다.

청일이 1883∼1884년 설정한 조계지 경계 오른편에는 일본식 건물이, 왼편에 중국식 건물이 들어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일본이 조계지를 넓힌 1905년부터는 일제 공병대의 원활한 물자 수송을 위해 각국 조계지로 통하는 무지개 모양의 홍예문도 세워졌다.

일제 강점과 광복 이후의 지난한 역사를 거치며 이곳 인천항 인근은 개항장 거리라는 이름을 새로 얻었다.

[톡톡 지방자치] 개항기 역사 간직한 인천 중구, 문화재단 조성
이곳에 아직 남아 있거나 소실된 근대문화자산은 121곳에 달한다.

대부분 외세의 침략이 남긴 유산 아닌 유산이지만 그 역사적 의미는 깊다.

국내 첫 근대식 호텔인 대불호텔은 전시관으로, 옛 일본 제1·18은행 지점은 개항박물관으로 탈바꿈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백범 김구 선생이 청년 시절 투옥됐던 인천 감리서 터도 남아 있다.

인천시 중구는 이들 건축물과 갖가지 무형 자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를 마련하고자 내년 1월 자체 문화재단을 출범한다.

중구문화재단은 '일상 속 문화 예술'을 목표로 그동안 구가 추진해온 개항 문화 관련 사업을 하나의 브랜드로 만들어 널리 알린다는 계획이다.

재단 조직은 본부 산하에 경영기획·공연전시·생활문화·축제운영 등 4개 팀과 감사반으로 꾸려진다.

우선 구와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20개 이상의 축제·공연 등 사업을 이어받아 관리할 예정이다.

중구문화회관, 영종역사관, 박물관·전시관 등 16개 문화·관광 시설 운영도 맡는다.

[톡톡 지방자치] 개항기 역사 간직한 인천 중구, 문화재단 조성
이를 토대로 주민 참여형 콘텐츠를 만들기 위해 문화교육 기본 계획을 세우고 지역의 문화·예술 동아리를 활성화한다.

주민들로 꾸려질 이들 동아리는 직접 지역 내 생활문화 자원을 조사하는 등 자체 역량을 키워갈 계획이다.

1980∼1990년대 음악 관련 산업이 활발했던 지역적 특성을 살려 지역에 뿌리를 둔 문화 예술인들의 작품 전시·교류·판매도 적극적으로 지원할 방침이다.

홍인성 중구청장은 "지금까지도 구에는 많은 예술인들이 거주하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지속적인 교류와 판매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전반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