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봉사자 박태경씨…광명서 봉사단체 '모마클럽' 결성
학원 운영하며 소외계층 대상 그림 수업…벽화 그리기 활동도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집집마다 그림 한 장씩 걸려있기를…."
경기 광명시 오리동에서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박태경(48) 씨가 미대 입시를 준비하던 스무 살 무렵 자신의 작업 노트 첫 장에 적은 문장이다.

[#나눔동행] "누구든 그림 그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박씨는 어려서부터 세상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감상할 수 있는 사회를 꿈꿔왔다고 한다.

소박하지만 따뜻한 꿈을 가졌던 그가 5년 전부터 미술 봉사단체 '모마클럽'을 결성해 지역사회에 온기를 전하고 있다.

2016년 3월 광명시 자원봉사센터의 공식 봉사단체로 지정된 이 클럽에는 현재 190여명의 봉사자가 소속돼 노인, 어린이,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그림 수업부터 마을 벽화 그리기까지 다양한 미술 관련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

시민들이 그린 그림을 모아 광명시 내 전통시장과 복지관 등에서 전시회를 열며 지역사회 곳곳에 생기를 불어넣기도 한다.

모마클럽은 애초 미술 동호회로 출발했다.

2013년부터 성인을 대상으로 한 취미 미술학원을 운영해오던 박씨가 뜻 맞는 제자들을 하나둘씩 모아 모임을 만든 것이 시초였다.

회원들과 함께 야외 스케치도 하고 식사와 등산도 하며 교감하던 중 '모마클럽만의 정체성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때 박 씨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바로 봉사였다.

박씨는 "과거 미대를 졸업하고 미술 입시학원 강사로 일하며 돈이 없어 미술공부를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봐왔던 터라 늘 '미술 무상교육'을 실현하겠다는 소망을 품고 있었다"며 "마음 맞는 사람들과 봉사하며 이런 가치를 실현한다면 참 좋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본격적으로 봉사에 뛰어들고 나니 함께할 동료를 구하는 게 급선무였다.

이에 박씨는 함께 봉사할 사람들한테는 그가 운영하는 미술학원 수강료를 절반으로 깎아주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이로 인해 수익은 줄고 재료비 등 봉사활동에 들어가는 비용은 늘어나다 보니 초창기엔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모마클럽의 활동이 입소문을 타면서 2년 차부터 박씨의 미술학원을 찾아오는 이들이 급격히 늘어났다.

그는 "미술봉사단체라는 개념이 생소하다 보니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꽤 화제가 된 것 같다"며 "좋은 일을 하면 다른 일도 술술 잘 풀리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나눔동행] "누구든 그림 그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박씨는 그간 참여한 여러 봉사활동 중에서도 지난 4∼5월 44일간 광명남초등학교 근처 담벼락을 '꿈 거울'로 꾸몄던 프로젝트가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이 담벼락에 붙어 있는 사각형 거울 300여개 위에는 초등학교 재학생 저마다의 장래 희망이 적혀있다.

아이들이 직접 거울 위에 글씨를 쓰다가 손을 베일지 몰라 150명의 봉사자가 아이들이 종이에 써낸 장래 희망을 보고 글씨체를 그대로 본떠 거울 위에 옮겨 적었다.

박씨는 "아이들이 등굣길에 담벼락을 지날 때마다 그 위에 붙어있는 거울을 들여다보면 자신의 얼굴과 꿈을 동시에 눈에 담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아이들이 자신의 꿈을 새기며 조금씩 그 꿈에 가까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5월부터 6개월간 20~30대 발달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그림 수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들이 박씨의 수업을 들으며 그린 그림은 최근 광명시 평생학습교육원에 전시되기도 했다.

박씨는 "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수업하다 보면 종종 전문가 입장에서 봐도 솜씨가 훌륭한 경우가 있다"며 "추후 이들을 작가로 양성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로는 학원 수강생이 이전보다는 줄었고 봉사활동을 자주 하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 됐다.

하지만 그는 앞으로 진행할 봉사 프로그램에 대한 청사진을 그리며 하루하루를 채우고 있다고 한다.

박씨는 "인생의 최종 목표는 경제적 상황, 나이, 장애 여부 등에 구애받지 않고 누구든 미술을 배울 수 있는 '예술학교'를 설립하는 것"이라며 "사람들이 순수하게 그림에만 매진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조성해보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그는 "아직도 구상 중인 미술 봉사 아이디어가 넘친다"며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는 봉사에 관심이 있지만, 시작을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도 한마디를 남겼다.

"재밌게 해볼 수 있는 봉사를 골라서 가볍게 시작해보세요.

봉사는 절대 무겁고 어려운 게 아니니까요.

"
[#나눔동행] "누구든 그림 그릴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