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처음 평화의 소녀상을 일본대사관 앞에 세웠을 때 할머님들을 비롯해 국민들께서 정말 환호해주셨던 게 기억나요.
" 평화의 소녀상을 제작한 조각가 부부 김운성·김서경 작가는 소녀상 건립 10주년을 이틀 앞둔 12일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10년 전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러면서 "최근 소녀상 전시를 위해 해외를 방문했을 때 위안부 문제에서 한국에 우호적으로 바뀐 분위기를 느꼈다"고 했다.
이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만든 평화의 소녀상은 2011년 12월 14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 수요시위 1천 회를 기념해 처음 세워졌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으로 소녀상은 국내 144기·국외 16기(철거 제외)로 불어났다.
이들은 10년 전 처음 소녀상이 세워지던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벅차다고 했다.
두 작가는 "당시 수요시위는 모이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며 쇠하는 상황이었는데, 1천차 수요시위 때 소녀상이 세워지면서 다시 사람들이 모여드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지난해 정의기억연대를 둘러싸고 여러 논란이 일면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운동에도 거센 공격이 이어진 상황을 두고는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일부 우익이 할머님들을 모욕하는 걸 보면 슬프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드러냈다.
김운성 작가는 "그렇게 낙인찍힌 게 잘 회복이 안 되더라"며 "우리도 이른바 '소녀상 팔이' 등 지금도 왜곡된 시선으로 보는 분들이 여전히 있다"고 했다.
김서경 작가는 "소녀상 저작권 문제도 작가로서 창작물을 인정받고자 하는 당연한 권리 주장인데도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이 왜곡되면서 타격을 받았다"면서 "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하면서 소녀상 기증·기부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포함, 일본과의 역사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한국에 우호적인 태도를 갖게 만드는 데 소녀상을 비롯한 문화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했다.
두 작가는 "해외 각국에서 소녀상을 전시하다 보면, 현지인들이 소녀상을 보고 본인들 입장에서 각자의 아픔을 꺼내 보고 돌아보곤 하더라"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쟁으로 많은 사람이 죽고, 강간당하고, 핍박당하는 현상은 한국만의 특수한 경험이 아니다"라며 "독일 등 해외에서도 식민 지배와 여성 인권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만큼 소녀상을 통해 연대가 이뤄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해외에서 소녀상을 전시하고 건립하는 데에 일본의 방해 공작이 여전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이들은 전했다.
두 작가는 "소녀상 건립 방해와 철거를 위한 일본의 노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조직적이고 치밀하다"며 "미국에서 첫 소녀상이 세워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북쪽 소도시 글렌데일을 비롯해 독일 미테구 등 일본 정부의 소녀상 철거를 위한 압박과 회유가 여전히 거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