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0주년…'이륙부터 착륙까지' 필요한 모든 날씨 감시·예보
"공항 골칫거리 '급변풍' 예측 확대…저고도 소형기 지원 확대"
스무살 맞은 항공기상청…"차세대 항공교통 지원 기상기술 개발"
라이트 형제 이후 하늘을 날게 됐지만, 여전히 인간이 하늘을 정복했다고 할 수는 없다.

과학기술이 아무리 발달한 지금이라도 비행은 하늘의 상태가 좋아야 가능하다.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도록 공항과 공역 날씨를 365일 24시간 쉼 없이 관측하고 예보하는 기관이 항공기상청이다.

항공기상 책임운영기관인 항공기상청이 올해 설립 20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에서 항공기상업무는 1959년 1월 김포국제공항에 서울국제공항측후소가 설립되며 공식 시작됐다.

항공기상청은 인천국제공항 개항에 맞춰 2001년 3월 9일 정식으로 개청했다.

사람으로 치면 성년이 되는 기쁜 해이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항공산업이 극도의 침체기에 빠진 터라 기념식도 8개월이나 뒤늦은 지난달 30일 조촐히 치렀다.

스무살 맞은 항공기상청…"차세대 항공교통 지원 기상기술 개발"
비행기가 덜 뜬다고 항공기상청 일이 줄어든 것은 아니다.

기상 관측과 예보는 원래 멈출 수 없는 데다가 '도심항공교통(UAM) 시대' 등 다가올 미래도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손승희 항공기상청장은 12일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서겠다"라면서 "내년부터 차세대 항공교통 지원 항공기상 기술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등 미래도 착실히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다음은 손 청장과 일문일답이다.

-- 항공기상청 역할은.
▲ 대한민국 비행정보구역(FIR) 내 모든 공항과 공역의 기상을 관측하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요구하는 국제표준규격에 맞춰 365일 24시간 기상정보를 제공한다.

쉽게 말하면 비행기가 이륙해 착륙할 때까지 마주할 수 있는 모든 기상을 감시하고 예측한다.

-- 항공기상 특성은 무엇인가.

▲ 항공기가 운항하는 데 실제 필요한 정보를 줘야 하므로 일반 국민이 평소에 접하는 기상정보보다 훨씬 구체적이어야 한다.

'내일 오후 영종도에 남서풍이 불겠다'가 아니라 '인천공항에 내일 오후 4시 남서풍이 16노트로 불겠다'라고 예보해야 한다.

또 기상예보 시 각 공항 특성을 반영한다.

시정경보를 낼 때도 인천공항처럼 시설이 잘 갖춰진 곳은 기준을 높게 잡고 그렇지 않은 곳은 기준을 낮춘다.

-- 항공기상이 일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 그렇지 않다.

항공기상청은 낮은 고도에서 운항하는 소형항공기를 대상으로 한 기상지원을 강화하고 있는데 환자를 이송하는 닥터헬기나 소방헬기 등이 바로 저고도 소형항공기에 해당한다.

올해 3월부터 저고도 기상정보를 매일 두 차례 내고 전문상담을 실시하고 있는데 하루 7~8건씩 상담 요청이 들어온다.

항공기상청 홈페이지에 전 세계 공항 날씨 정보가 제공되는데 여행 가기 전 짐을 꾸릴 때 미리 확인하면 굉장히 유용하다.

-- 각 공항 기후특성도 궁금하다.

▲ 바다로 둘러싸인 인천공항은 해무의 영향이 지대하다.

안개로 활주로 가시거리가 75m 이하로 떨어지면 항공기 착륙이 어려워진다.

예보가 가장 어려운 공항을 하나 꼽자면 제주공항이다.

제주공항은 한라산과 360개 오름 때문에 국지적인 기상현상이 많이 발생하는데 급변풍(방향이 급격히 변화하는 바람·wind shear)이 특히 문제다.

제주공항은 한라산에 가로막힌 바람이 산을 좌우로 돌아 공항으로 들어오면서 활주로 양 끝에서 반대 방향으로 바람이 불기도 한다.

항공기는 바람을 맞으며 착륙해야 안전한데 양쪽에서 바람이 부니 착륙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 급변풍 예측기술을 개발한 것으로 안다.

▲ 원래 급변풍은 예측이 어려워 ICAO도 항공기에 예보해야 하는 요소로 규정하지 않을 정도다.

국립기상과학원과 협력해 급변풍 예측기술을 만들고 올해 제주공항에서 시범운영해 예보에 상당히 유용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내년 인천공항과 양양국제공항에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 항공분야 기술발전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에 대한 대비는.
▲ 항공산업이 발전하고 도심항공교통이라는 새로운 교통수단이 등장하면서 항공기상청도 전에 없는 기상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했다.

이에 내년부터 2026년까지 차세대 항공교통 지원 항공기상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ICAO 계획에 발맞추는 것으로, 궁극적으론 항공기별로 상황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항공기 경로상 천둥과 번개가 예상되면 이를 즉각 알려 우회로를 찾게 하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일종의 '항공기용 날씨 내비게이션'이 나오는 것이다.

정부가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이에 맞는 기상정보를 제공하고자 각 부처와 협력하고 있다.

스무살 맞은 항공기상청…"차세대 항공교통 지원 기상기술 개발"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