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해당 시설물은 불법"…인권단체 "섬 이주 작업 위한 압박"
방글라, 로힝야난민캠프 상점 1천곳 철거…생계잃은 주민 '충격'
방글라데시 정부가 자국 내 로힝야족 난민캠프의 상점 1천여 곳을 강제로 철거해 주민과 인권단체가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10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방글라데시 당국은 지난 9일부터 굴착기, 망치, 삽 등을 동원해 콕스바자르 지역에서 난민들이 운영하는 상점 1천여 곳을 밀어버렸다.

샴수드 도우자 정부 난민위원회 부위원장은 "당국은 캠프 내의 불법 상점을 철거한 것"이라고 밝혔다.

도우자 부위원장은 로힝야족을 위한 주거지를 더 만들기 위해 이번 조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갑작스레 생계 수단을 잃게 된 주민들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주민 알 아민은 "상점은 내 유일한 생계 수단인데 그들이 무너뜨렸다"며 이곳에서 나온 수입으로 가족 7명을 부양해왔다고 하소연했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외딴 섬의 새 주거시설로 난민을 분산하기 위한 압박 수단으로 당국이 상점을 철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수천 명의 난민이 이 상점들 덕분에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며 이번 조치는 이들에게 큰 충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방글라, 로힝야난민캠프 상점 1천곳 철거…생계잃은 주민 '충격'
방글라데시는 2017년 미얀마의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 약 75만명에게 피난처를 제공했다.

이들은 당시 미얀마군의 소탕 작전 등을 피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피신, 기존 로힝야족 난민이 주로 살던 콕스바자르에 정착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콕스바자르 난민캠프 거주자 수가 100만명으로 불어나 포화상태에 이르자 메그나강 하구 벵골만 바샨차르섬에 새 주거시설을 마련했다.

바샨차르섬에는 수도·전기 시설을 갖춘 주택과 모스크, 농경지, 병원, 경찰서, 학습센터 등이 설치됐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작년 12월부터 난민을 배에 태워 이곳으로 보내고 있다.

지금까지 약 1만9천명이 바샨차르섬으로 이주했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내년 2월까지 바샨차르섬에 약 10만명의 로힝야족이 살게 된다.

다만, 바샨차르섬은 지대가 낮아 사이클론과 홍수에 취약하고 현지 생계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 때문에 국제인권단체가 우려를 드러내 왔다.

일부 로힝야족은 배를 타고 바샨차르섬을 탈출하다가 익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