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내년 가계대출 증가율을 4~5%대로 관리하기로 했다. 분기별 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되, 전세·집단대출 등 실수요 대출은 중단되지 않게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늘릴 수 있는 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데다, 올해 한시적으로 예외를 적용받은 전세대출이 내년부터 다시 관리 대상에 들어가는 만큼 대출 중단 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내년부터 분기별 대출 총량 관리”

가계대출 증가액 115조→87조로 조인다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10일 가계대출 관련 비공개 당정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실수요자 전세·집단대출 등은 최대한 끊기지 않고 지속 가능하게 운용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 의장은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은 목표가 6%였는데, 실제로는 7% 초반대”라며 “내년 증가율이 4~5% 정도면 올해보다 대출 총량이 87조원 정도 늘어나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금융당국도 내년 은행권 가계대출 평균 증가율 목표치를 연 4.5%로 정한 바 있다.

분기별 총량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는 “전세·집단대출을 분기별로 관리하겠다”며 “상반기 대출을 많이 해서 하반기에 대출이 단절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내년부터 확대 시행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도 일부 예외를 검토키로 했다. DSR은 연 소득 대비 갚아야 할 총부채 원리금 비율을 의미한다. 내년 1월부터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으면 DSR 40% 규제가 적용된다. 또 7월부터는 총 대출액 1억원 이상인 사람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규제가 강화되는 만큼 소득 대비 빌릴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에 대출이 억제되는 효과가 있다.

박 의장은 DSR 규제를 실수요자에게 예외적으로 적용하는지에 대해선 “그렇다”며 “전세·청약·중도금대출은 차질없이 할 수 있도록 하고, 돈을 빌려서 암호화폐나 주식 투자 등을 하는 것은 줄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은행에선 조기 소진 우려도

당정은 실수요 대출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업계에선 대출 문턱이 여전히 높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내년 총량 관리 목표를 고려하면 한 해 늘릴 수 있는 총 대출액 한도가 올해보다 줄어든다.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가계대출 잔액(공무원 연금대출, 학자금대출 등 제외)은 올해 말 약 1633조원으로, 지난해 말(1518조원)보다 115조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정이 이날 밝힌 내년 증액 한도가 87조원 수준임을 고려하면 절대 대출 규모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특히 내년부터는 전세대출이 다시 총량 규제에 포함된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올 10~11월 신규 취급한 전세대출은 7조원을 넘어선다. 전체 가계대출 증가액의 절반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달 말까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율은 4%대지만, 4분기 전세대출을 포함하면 7%대로 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총량 규제에 맞추려면 전세대출도 예외 없이 조일 수밖에 없다”며 “분기별 한도까지 관리하려면 월별 취급 규모를 제한하고 분할 상환을 의무화하는 등의 움직임이 전세대출에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임대차법 시행 2년을 맞는 내년 전세대출 수요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보다 전셋값이 오르는 만큼 더 많은 금액을 은행에서 빌리려 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지난달 6억6244만원으로, 2년 전보다 이미 41%(1억9241만원) 올랐다.

정소람/고은이/빈난새 기자 r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