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여론조사서 지지율 역전 속 버티다 용퇴 모양새로 '퇴로' 열기 임태희 설득에 김종인 매듭…'3연타' 인선 불발, 검증 부실 도마위
과거 막말 논란에 휩싸였던 국민의힘 노재승 공동선대위원장이 당 안팎의 부정적 여론을 넘지 못하고 9일 스스로 물러났다.
이른바 '비니좌'로 불리는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까지도 자진 사퇴 권고를 거부하며 완강히 버텼으나, 선대위 지도부 차원의 전방위 압박에 끝내 '용퇴'하는 형식을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 기자회견에서 "과거에 제가 작성했던 거친 문장으로 인해 상처 입으셨을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전격 사퇴했다.
그는 사퇴 이유와 관련, "당보다는 제 주관이 좀 더 많이 반영된 결과"라고 강조했다.
선대위는 이날 노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풀기 위해 종일 급박하게 돌아갔다.
이미 오전부터 그가 책임지고 사퇴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파장을 고려해 극소수의 조심스러운 물밑 접근이 이뤄졌다.
선대위 비공개회의에서도 노 위원장이 아예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양수 수석대변인은 회의 후 취재진에게 "본인에게 판단을 맡겨보는 것이 도의"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라고만 했다.
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이준석 대표, 권성동 사무총장과의 '3자 면담'에서도 사퇴할 뜻이 없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노 위원장을 발탁한 것으로 알려진 권 사무총장은 면담 후 기자들에게 "기성세대가 필요할 때 불렀다가 필요 없어지면 그냥 자르나"라고 감싸기도 했다.
이는 2030 세대의 여론을 의식한 제스처로 해석됐다.
윤석열 대선 후보 역시 점심시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했던 발언들을 싹 구글링(구글 검색)해서 본다고 하니 좀 있어 보라"고 말을 아꼈다.
강경한 기류가 한층 더 뚜렷해진 것은 오후 들어서였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직속 조직인 총괄상황본부가 내부 회의를 통해 '노 위원장이 당장 사퇴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이후였다.
주말 전까지 이 이슈를 매듭짓지 못하면 윤 후보의 지지율에 직접적인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마침 일부 조사에서 지지율 역전이 확인된 터였다.
임태희 총괄상황본부장은 당사에서 노 위원장을 만나 "당을 위해 결심해달라"고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의 용퇴 압박이었다.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을 겸직하는 이 대표도 노 위원장이 사전 녹화해 이날 오후 KBS에서 방송될 예정이었던 당 정강·정책 연설을 전격 취소했다.
이 과정에서 노 위원장은 임 본부장에게 미리 촬영한 자신의 정강·정책 연설을 당 공식 유튜브에서라도 공개해달라고 요청해 관철한 것으로 전해졌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김 위원장이 나섰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에서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안장식 후 기자들과 만나 "당 차원에서 이른 시일 안에 결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모르는 일"이라며 즉답을 피했던 것과 달라진 단호한 태도였다.
그는 공동선대위원장 내정이 철회된 함익병 씨 사례를 한 기자가 언급하자 "그와 비슷한 형태로 처리될 것으로 생각한다"라고 사퇴를 기정사실화하기도 했다.
다만, 노 위원장과 윤 후보의 교감은 없었다고 한다.
윤 후보는 이날 저녁 당사를 떠나면서 '노 위원장 관련 입장이 너무 늦었다'는 취지의 기자 질문에 "사퇴했는데 긴말할 것 있느냐"라고 답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노 위원장의 거취 문제가 윤 후보에게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도록 선대위가 유기적으로 움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노 위원장의 기자회견에 함께한 권성동 사무총장은 부실 검증 논란에 "SNS를 다 들여다 볼 수 없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검증에 실패했다는 걸 자인한다.
그 비판을 달게 받겠다"며 "최소한 공동선대위원장급 이상 간부급에 대해서는 좀더 검증팀을 두고 발언이나 행적에 대해 검증하겠다.
급하게 안하겠다"고 말했다.
권 총장은 노 위원장에 대해서도 "자기 사업만 열심히 하던 젊은 청년을 우리 욕심으로 모셨다가 여러가지 논란 끝에 우리 욕심으로 자진사퇴하는 모양새로 끝나게 돼 기성세대 한사람으로서, 가만있던 사람을 정치판에 끌어들였던 사람으로서 인간적으로 굉장히 미안함과 죄송함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태 전 의원, 함익병 씨에 이어 '비니좌' 사퇴로 세 번째 선대위 핵심 인선이 불발되면서 윤석열 후보도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2030 지지층의 이탈을 우려해 노 위원장의 거취를 조기에 정리하지 못한 점도 패착으로 꼽힌다.
아울러 변화와 혁신의 상징으로서 공동선대위원장 자리에 거듭 신선하고 역량 있으면서 하자 없는 인재를 찾아 영입해야 하는 것은 선대위 과제로 남았다.
앞서 노 위원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당시 오세훈 후보를 지지하는 현장 연설로 '비니좌'라 불리며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인물이다.
공동선대위원장에 깜짝 발탁되며 보수 진영의 샛별로 주목받았으나, 이내 5·18 민주화운동, 촛불집회 등에 대한 과거 막말이 불거지며 논란의 중심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