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돼도 거리에 방치되는 노숙인…방역마저 사각지대(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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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방·고시원 집단감염 우려에 노심초사…의료진 "하루하루 지옥 같아"
확진자 늘면서 자원봉사 감소…판자촌은 추운 겨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7천명대를 기록하면서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 등 취약계층이 더욱 방역 사각지대로 밀려나고 있다.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숙인들이 주로 입소하는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는 지난달 22일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후 26일과 28일 1명씩 추가로 확진자가 나왔다.
30일에는 8명이 발생했고, 이달 2일 기준으로는 30명 넘게 확진됐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첫 확진자가 6일 만에 이송되는 바람에 추가 확진자가 생겼다"라며 "확진자를 시설에서 빼내야 하는데 음성 나온 사람만 빼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셈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주방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고시원이라 자가격리가 불가능한데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이들에게 치료 우선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그건 중증도에 따라 판단할 일이지만 이들이 신속히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했더라면 전파력이 왕성한 감염 초기에 전파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원룸형 임대주택 등 빈 숙박시설을 동원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역 등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방치되는 노숙인들도 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10여 명씩 모여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11일째 거리에서 일상생활 중이라는 고모(66)씨는 마스크도 턱에 걸친 상태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고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번 맞고도 확진됐다.
증상은 없다"며 "병원이나 격리시설에서는 자리가 없으니 그냥 여기서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눈이 오면 눈을 피해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저장강박이 있어 집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고, 이 사실을 보건소나 가족도 다 알지만 어떻게 조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방치만 할 수는 없어 겨우 설득해 임시공간에서 보호하고 보건소에 계속 연락하지만 개입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서울역에서 노숙했다는 방모(52)씨는 "내가 여기 오고도 노숙인 3∼4명이 확진된 걸 봤다.
계속 나올 것"이라며 "그래도 며칠 전부터는 확진되면 지원단체에서 컨테이너 공간을 마련해줘 거기로 간다더라"고 전했다.
한 서울역 현장 관계자는 "노숙인이 지원 급식소에 가려면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하니 6일에 한 번 검사를 받는데 종교단체에서 자주 음식을 주니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많다.
여기 확진되고도 방치된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이라며 "강제력이 필요한데 재택치료 방침이 내려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찾은 노원구 중계동 판자촌 백사마을도 코로나19 확산 탓인지 길에 나온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마을 한켠에 놓인 평상에서 커피를 마시던 노인 3명은 "아직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많대", "애들이 안 맞는다는 것 아냐" 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1964년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강모(72)씨는 "요즘처럼 마을 밖으로 안 나간 때가 없는 것 같다.
노인들이 많은 동네니까 아무래도 사람 몰리는 데 다녀오는 게 조심스럽다.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연탄은행 등 백사마을 봉사단체에 따르면 약 300가구가 남은 이곳에는 다행히 확진자는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애로가 많다고 한다.
겨울을 나려면 연탄이 200장 정도는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가구에 50∼60장만 남은 상태다.
이병열(69) 중계본동 자원봉사캠프장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연탄을 사용하는 160여 가구"라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적모임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원봉사자들도 쉽게 모이지 못한다.
연탄을 아무리 기부해도 나를 사람이 없으니 배달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재택치료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와 완치자들이 가입한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는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집단 감염으로 번질까 우려스럽다"는 입장과 "경증이면 재택이 생활치료센터보다 백배 낫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밀려드는 환자와 부족한 병상, 오랜 시간 고된 근무로 지친 의료진 사이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호사라고 직업을 밝힌 한 회원은 "반강제로 코로나19 병동으로 가게 됐다"며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일하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진 홍규빈 홍유담 이승연 조다운 기자)
/연합뉴스
확진자 늘면서 자원봉사 감소…판자촌은 추운 겨울

9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노숙인들이 주로 입소하는 용산구의 한 고시원에서는 지난달 22일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후 26일과 28일 1명씩 추가로 확진자가 나왔다.
30일에는 8명이 발생했고, 이달 2일 기준으로는 30명 넘게 확진됐다.
이동현 홈리스행동 상임활동가는 "첫 확진자가 6일 만에 이송되는 바람에 추가 확진자가 생겼다"라며 "확진자를 시설에서 빼내야 하는데 음성 나온 사람만 빼내는 방식으로 대응하는 셈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주방과 화장실을 공동으로 이용하는 고시원이라 자가격리가 불가능한데 사실상 방치됐다는 지적이다.
이 활동가는 "이들에게 치료 우선권을 달라는 게 아니다.
그건 중증도에 따라 판단할 일이지만 이들이 신속히 임시생활시설로 이동했더라면 전파력이 왕성한 감염 초기에 전파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정부가 원룸형 임대주택 등 빈 숙박시설을 동원해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서울역 등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고도 방치되는 노숙인들도 있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거나 10여 명씩 모여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확진 판정을 받고도 11일째 거리에서 일상생활 중이라는 고모(66)씨는 마스크도 턱에 걸친 상태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고씨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두 번 맞고도 확진됐다.
증상은 없다"며 "병원이나 격리시설에서는 자리가 없으니 그냥 여기서 비가 오면 비를 피하고, 눈이 오면 눈을 피해 있으라고 했다"고 말했다.
고씨는 저장강박이 있어 집에도 들어갈 자리가 없고, 이 사실을 보건소나 가족도 다 알지만 어떻게 조치하지 못하고 있다.
한 복지시설 관계자는 "방치만 할 수는 없어 겨우 설득해 임시공간에서 보호하고 보건소에 계속 연락하지만 개입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했다.
지난달부터 서울역에서 노숙했다는 방모(52)씨는 "내가 여기 오고도 노숙인 3∼4명이 확진된 걸 봤다.
계속 나올 것"이라며 "그래도 며칠 전부터는 확진되면 지원단체에서 컨테이너 공간을 마련해줘 거기로 간다더라"고 전했다.
한 서울역 현장 관계자는 "노숙인이 지원 급식소에 가려면 음성확인서가 있어야 하니 6일에 한 번 검사를 받는데 종교단체에서 자주 음식을 주니 검사를 안 받는 사람이 많다.
여기 확진되고도 방치된 사람이 엄청 많을 것"이라며 "강제력이 필요한데 재택치료 방침이 내려오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오전 찾은 노원구 중계동 판자촌 백사마을도 코로나19 확산 탓인지 길에 나온 사람을 찾기는 어려웠다.
마을 한켠에 놓인 평상에서 커피를 마시던 노인 3명은 "아직 백신을 안 맞은 사람이 많대", "애들이 안 맞는다는 것 아냐" 하며 걱정하고 있었다.
1964년부터 이곳에 살았다는 강모(72)씨는 "요즘처럼 마을 밖으로 안 나간 때가 없는 것 같다.
노인들이 많은 동네니까 아무래도 사람 몰리는 데 다녀오는 게 조심스럽다.
답답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연탄은행 등 백사마을 봉사단체에 따르면 약 300가구가 남은 이곳에는 다행히 확진자는 없지만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애로가 많다고 한다.
겨울을 나려면 연탄이 200장 정도는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가구에 50∼60장만 남은 상태다.
이병열(69) 중계본동 자원봉사캠프장은 "코로나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연탄을 사용하는 160여 가구"라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고 사적모임 기준이 강화되면서 자원봉사자들도 쉽게 모이지 못한다.
연탄을 아무리 기부해도 나를 사람이 없으니 배달을 할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는 재택치료에 대한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확진자와 완치자들이 가입한 네이버의 한 카페에서는 "화장실 환풍기를 통해 집단 감염으로 번질까 우려스럽다"는 입장과 "경증이면 재택이 생활치료센터보다 백배 낫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밀려드는 환자와 부족한 병상, 오랜 시간 고된 근무로 지친 의료진 사이에서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모인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호사라고 직업을 밝힌 한 회원은 "반강제로 코로나19 병동으로 가게 됐다"며 "온종일 방호복을 입고 일하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아 관두고 싶다"고 말했다.
(박세진 홍규빈 홍유담 이승연 조다운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