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문제로 통합 저해"…2기 출범 1주년 맞아 "인력확충·화해사업 강화" 다짐
진실화해위원장 "전쟁희생자 간 보상·배상 불균형…입법 시급"
정근식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은 9일 "전쟁희생자 피해 구제에서 불균형이 발생해 국민 통합에 지장이 있다"며 "배·보상 특별법 제정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남산스퀘어 건물에서 열린 진실화해위 출범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배·보상 문제는 개인의 개별 소송을 통한 해결 방식에 맡겨져 있어 다양한 형태의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전쟁희생자 중에서도 적대세력이나 미군에 의해 희생된 분의 유족이 청구한 국가배상 청구 소송은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이 인정되지 않아 모두 패소하고 국군과 경찰에 의한 피해는 배·보상을 받아 형평성 문제가 야기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진실화해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화해와 통합인데 그런 맥락에 비춰볼 때 배·보상 문제는 방치해선 안 된다"며 "집단적 인권침해 사건의 피해자에 대해서도 국가의 적극적인 배·보상이 필요하고, 소멸시효가 완성된 사건에 대한 구제 방안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고질적으로 지적된 조사인력 부족 문제에 대해서도 인력 증원과 조직 확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1년간 접수된 신청 건수는 1만1천618건으로 이미 1기 위원회 신청 건수를 넘어섰지만 조사관 1명당 조사 건수는 약 100여건에 달할 정도로 조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외부 용역 결과 조사관 1명당 적정 조사 건수는 30건 정도로, 정해진 활동기간 내 사건을 다 처리하려면 현재보다 최소 40명에서 많게는 80∼90명의 조사관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며 "행정안전부와 협의해 정원 증원과 조직 확대를 이달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는 지난해 12월 10일 출범 이후 현재까지 6천469건에 대해 조사를 개시하고 지난 7일 항일독립운동 관련 2개의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처음으로 내렸다.

정 위원장은 그간 진실규명에 더 중점을 뒀다면 향후에는 화해와 관련된 사업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그는 "국가 공권력과 피해 유족 간 화해도 있지만 피해 유족들 간 화해 문제도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고려해 내년에는 화해 사업을 좀 더 체계적으로 접근할 생각"이라며 "화해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인력을 확보하고 담당과를 늘려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진상규명을 위해 유해 발굴 사업을 적극적으로 할 예정이지만, 인력과 예산 등 현실적인 문제로 제약이 있다고 했다.

그는 "유족들은 급한 마음으로 유해 발굴을 호소하지만, 내년 관련 예산이 6억 원밖에 되지 않아 이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크다"고 토로했다.

2기 진실화해위의 조사 대상과 범위를 규정하는 '권위주의 통치' 기간을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기간이 끝나는 1993년 2월까지로 규정한 것을 두고 정치 성향이 다른 위원들 간 사건 처리 과정에서 갈등이나 어려움이 없냐는 질문에는 "문제없다"고 말했다.

정 위원장은 "위원들 간 이견이 전혀 없다고 할 순 없지만, 권위주의 통치 기간에 대해선 위원들 간 진지한 토론을 했고 대부분 위원이 합의했다"며 "기계적으로 시기를 제한하지 말고 중요한 인권침해라고 판단하면 조사할 수 있기 때문에 토론과 숙고를 통해 판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년간 위원회를 향한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 기대, 질책이 있었고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다시 한번 마음에 새긴다"며 "국민들이 갖고 있던 상처와 고통에 대해 경청하고 위로하며 나아가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재다짐한다"고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