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개원 50주년 국제 콘퍼런스…미국·한국 등 사례 공유
코로나로 달라진 법정 풍경…"영상재판 자리 잡고 있다"
세계 각국의 법관과 학자들은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 비대면 영상 재판 확대로 법정의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에밀리 미스켈 미국 텍사스주법원 판사는 7일 시그니엘서울에서 열린 사법연수원 개원 50주년 기념 국제 콘퍼런스에서 코로나19로 인한 변화상을 소개하며 "원격 심리와 재판은 모든 유형의 사건에 적용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구 약 2천900만명의 텍사스주에는 항소법원과 1심법원, 치안법원, 시·군법원을 합해 3천여명의 판사가 있다.

2019년 기준 1심법원의 민사소송 접수 건수는 68만여건, 형사소송은 64만여건으로 재판 건수는 한국(민사 94만여건, 형사 21만여건) 못지않다.

지난해 3월 팬데믹이 시작되면서부터는 배심 재판과 대배심원 선정 등 비대면 재판 절차가 늘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240만시간 이상의 줌 회의가 있었고 1천300개가 넘는 법원 유튜브 채널이 만들어졌다"며 "참여자는 300만명을 웃돈다"고 했다.

비대면 재판에서는 방역 이상의 순기능도 발견됐다고 한다.

그는 법률 구조 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온라인 심리에서는 당사자의 안전이 보장되고 법정 절차 참여 의지가 커진다"며 "가정 폭력이나 성폭력 사건 피해자에게 특히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한국 사례를 소개한 권순형 서울고법 부장판사는 "영상 재판이 디지털 시대 전환에 부합한다는 판단이 있었는데 코로나19 팬데믹이 추진 동력이 돼 대폭 확대가 결정됐다"고 했다.

팬데믹 이전에는 대면 재판이 기본이고 영상 재판이 예외적이었다면, 이제 대면과 영상 재판이 대등한 관계가 됐다고 권 부장판사는 전했다.

한국은 대부분의 법정과 판사실에 영상 장비가 완비됐고 법관 약 2천900명을 위한 전용 가상법정이 개별적으로 개설됐다.

코로나로 달라진 법정 풍경…"영상재판 자리 잡고 있다"
해결해야 할 숙제도 있다.

공개 재판이라고 해도 질서 유지가 가능한 법정과 달리 온라인 공간에서는 '문제 유발자'로 인한 돌발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미스켈 판사는 지적했다.

영상에 등장하는 판사의 신상이 유출되거나 온라인에서 유명해지면 안전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온라인 재판에 참여하는 증인에게 증거물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 미성년자라면 동석자의 참여가 제어될 수 있는지도 쟁점이다.

장애인의 접근성을 어떻게 높일지도 우려 중 하나다.

토론자로 나선 오용규 변호사는 영상 재판에 대한 변호사들의 선호가 높다면서도 "한국 법정에서는 녹음·녹화가 금지되는데 영상 재판은 이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다"며 "영상에 나타나지 않는 곳에서 변호사 자격이 없는 사람이 당사자에게 지시를 하면서 사실상 소송 행위를 대신할 수 있다"라고도 우려했다.

'팬데믹, 디지털 대전환 그리고 사법'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사법연수원 국제 콘퍼런스는 7∼8일 열린다.

팬데믹 외에도 '가상자산과 새로운 형사법적 쟁점', '형사사법절차에서 빅데이터의 활용', '디지털 성범죄의 시대와 형사적 대응방안' 등 세부 세션이 마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