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악용 우려…"가해자 처벌·아동 보호 어렵게 만들어"
왓츠앱 '24시간 뒤 메시지 삭제 기능'에 아동단체 반발
메타(옛 페이스북)의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이 일정 시간이 지나면 대화 메시지가 삭제되는 기능을 강화하자 아동단체가 범죄 악용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다고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세계에 20억 명의 사용자를 둔 왓츠앱은 대화 메시지가 24시간이나 90일 후에 사라지는 기능을 추가해 사용자들이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존에 주고받았던 대화 메시지에는 이 같은 기능이 적용되지 않는다.

앞서 지난해 왓츠앱은 1주일이 지나면 대화 메시지를 삭제할 수 있는 기능을 도입한 바 있다.

왓츠앱 측은 "대화가 어딘가에 영원히 기록되거나 저장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 더 정직할 수 있는 자유가 생긴다"며 "메시지를 얼마나 오랫동안 저장할 것인가는 사용자가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모든 메시지가 영원히 남아있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영국 아동학대예방기구(NSPCC)는 왓츠앱의 기능 변경을 두고 아동 범죄를 방지하는 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앤디 버로스 NSPCC 아동 안전 온라인 정책부장은 "가해자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개방형 플랫폼에서 아이들을 그루밍(길들이기)한 뒤 추가 가해를 위해 적발 가능성이 낮은 왓츠앱으로 이동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심하게 계획되지 않은 결정은 아동학대 가해자들이 빠르게 증거를 삭제할 수 있도록 한다"며 "이는 법 집행기관이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아동을 보호하는 것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인스타그램 등 모든 서비스에서 메시지를 암호화하려는 메타의 계획과 왓츠앱의 메시지 삭제 기능이 결합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계획은 영국 방송·통신 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의 평가 절차를 통과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메타는 이르면 2023년에 메시지 보안 수준을 극도로 높이는 종단 간(end-to-end) 암호화를 시행할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안티고네 데이비스 메타 안전 책임자는 "종단 간 암호화를 시행하더라도 회사는 암호화하지 않은 데이터와 계정정보, 사용자 보고서 등을 이용해 학대 사례를 적발할 수 있다'며 "당국에도 중요한 정보를 계속해서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