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으로 부정투표 원천 봉쇄…선거 패러다임 바꿀 것"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무소속으로 대선에 나왔으면 하나요?’

최근 블록체인 기반 투표 플랫폼 ‘크라토스’ 앱에선 이런 주제의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 참여자 수는 3829명. 55.71%는 ‘찬성’, 44.29%는 ‘반대’를 택했다. 같은 기간 플랫폼에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조카 변호는 옳았는가’ ‘투표할 때 정당을 고려하는가’ 등 다양한 찬반 논의가 뜨겁게 벌어졌다.

대선 기간에 접어들며 크라토스에는 하루 3000여 개의 투표 질문이 몰리고 있다. 여타 온라인 커뮤니티와 달리 블록체인 기반 인증기술이 적용돼 참여자 표가 위·변조될 우려가 없다. 지난해 2월 설립된 스타트업 파로스랩스가 개발해 요즘 네티즌 사이에서 ‘핫’한 서비스다. 강동원 파로스랩스 대표(사진)는 “블록체인 기술은 부정 투표 의혹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며 “향후 대통령선거까지 블록체인 방식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는 날이 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로스랩스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출신 강 대표가 창업 초기부터 구상해온 서비스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2월 각각 안드로이드 버전과 iOS 버전을 출시하며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강 대표는 “온라인 커뮤니티는 특정 정치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끼리끼리 모여 있어 현실세계의 다양한 의견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했다. 올 한 해 대선 이슈가 뜨거워지며 앱 누적 회원은 5만6000명, 누적 다운로드 수는 23만 회를 넘어섰다.

블록체인 기반 보상체계는 이용자를 늘리는 원동력이 됐다.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크라토스 토큰’은 앱에 투표를 올린 사람들에게 지급된다. 그는 “보상은 정치 성향을 떠나 누구나 원하기 때문에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이용자가 모였다”고 했다. 실제 크라토스 앱에서 이뤄지는 이용자 정치 성향 투표는 대부분 보수와 진보가 비슷한 비율을 기록한다는 설명이다.

분산신원인증(DID) 기술은 파로스랩스가 주목하는 또 다른 목표다. DID는 스마트폰에 개인 신원정보를 저장하고 암호화한 뒤 필요할 때만 인증할 수 있는 탈중앙화 기반 신원증명 기술이다. 현재는 손쉬운 사용자환경(UI)을 위해 찬성과 반대 두 가지로만 투표할 수 있지만 2023년까지 DID와 연계해 투표 형태를 다양화할 예정이다. 이용자 지역과 성별·연령을 고려한 여론 데이터를 취합하거나 정부와 협력해 대선·총선 등의 오프라인 투표를 대체하는 사업 모델도 추진한다.

크라토스 앱은 정치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연예 등으로 투표 분야를 다양하게 늘릴 계획이다. 강 대표는 “이용자가 몰리며 정치 이외 분야 투표 수가 절반을 넘어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시은 기자 s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