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대사관 협박전단' 무슬림들 벌금형 선고유예 확정
주한 프랑스대사관 담벼락에 '무슬림을 모욕하지 말라'는 내용의 협박 전단을 붙인 외국인 이슬람교도 2명의 유죄가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외국사절협박과 협박 혐의로 기소된 러시아 국적 A(26)씨와 키르기스스탄 국적 B(26)씨에게 각각 벌금 300만원의 선고를 유예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6일 밝혔다.

선고유예란 가벼운 범죄에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했다가 면소(공소권이 사라져 기소되지 않음)된 것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법원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자격정지 또는 벌금형을 선고할 때 피고인의 사정과 범행 정황 등을 참작해 선고를 유예할 수 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1일 오후 10시께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 벽면과 인근 건물 외벽에 협박 문구가 적힌 A4용지 크기 전단 여러 장을 붙이고 달아난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1심은 이들의 행위가 프랑스대사관 직원들에 대한 협박에는 해당하지만 주한 프랑스대사를 향한 협박은 아니라며 외국사절협박 혐의는 무죄, 일반 협박 혐의는 유죄로 판단했다.

수사 과정에서 공범이나 '윗선'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도 참작돼 이들에게는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항소심은 1심의 유·무죄 결정에는 문제가 없으나 처벌이 너무 무겁다며 징역형을 벌금형으로 감경하고 선고를 유예했다.

수사 단계부터 1심 판결 때까지 구속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상 징역형을 모두 채웠다는 점도 참작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무슬림으로서 (당시 이슬람 국가들과 갈등을 빚던)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에 항의의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던 뜻이 우선적이었던 걸로 보인다"며 "문제가 된 문구가 성경 구절이나 러시아인들이 존경하는 인물이 말한 것으로 알려진 경구와 유사하고, 해악을 가하겠다는 직접적인 표현은 아니었다"고 했다.

아울러 이들이 범행을 시인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뜻을 표하고 있다는 점과 한국에 거주한 3년가량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점 등도 판단 근거가 됐다.

검찰의 상고로 사건을 다시 심리한 대법원은 "원심의 이유 설시(설명)에 일부 적절하지 않은 부분이 있지만 공소사실 중 외국사절협박 부분에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봐 무죄로 판단한 것은 결론에 있어 정당하다"며 선고유예를 확정했다.

범행 당시 체류 기간이 만료된 상태였던 A씨는 대법원 확정판결 후인 지난달 말 강제퇴거 조치됐다.

유학 비자를 받아 국내 대학원을 다닌 B씨는 연말까지 스스로 출국한다는 의사를 출입국당국에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