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협의조차 없어…학습권 침해와 안전성 우려"
"학교용지 없애놓고 모듈러 교실이라니" 대전용산초 학부모 반발
대규모 아파트단지 학생들이 다닐 초등학교 용지를 스스로 없앴던 대전시교육청이 부랴부랴 인근 학교에 학생들을 수용할 모듈러 교실을 설치하려 하자 기존 학부모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대전 유성구 용산초 학부모 100여명은 3일 학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습권 침해와 안전성 문제가 우려된다"며 모듈러 교실 설치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정문에서 본관까지 100여m에 이르는 길에 '110억 컨테이너가 웬 말이냐', '학생 안전권 보장하라' 등 글귀가 적힌 근조화환들을 놓고 시위를 벌였다.

"학교용지 없애놓고 모듈러 교실이라니" 대전용산초 학부모 반발
모듈러 교실은 규격화한 건물을 완성한 뒤 현장으로 옮겨 조립·설치하는 형태이다.

자녀가 1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은 씨는 "말이 좋아 모듈러 교실이지, 사실상 조립식 가건물 아니냐"면서 "기존 모듈러 교실 사례들을 보면 환기가 되지 않고 공간이 좁아 화장실도 돌아가면서 가야 하고, 소방시설도 확보되지 않는 등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지난달 가정통신문을 통해 모듈러 교실 설치와 지하 주차장 공사 계획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며 "현재 전교생 400명에 불과한 학교에 3배에 달하는 1천여명을 수용하려 하면서 교육 당국은 학부모들과 어떤 사전 협의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교육청의 잘못된 행정으로 학교 용지를 없애놓고 애꿎은 학생들에게 피해를 전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당초 택지개발업체는 용산지구에 2023년 4월 입주 예정인 3천500여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분양하면서 학교와 유치원 용지를 확보했으나, 교육청은 '예상 학생 수가 480여명 정도여서 인근 학교를 증축해 수용하면 가능하다'며 대전시와 협의를 거쳐 초등학교 용지를 반납했다.

하지만 분양 과정에서 신혼부부·생애 최초 등 특별공급 비율이 급증하면서 당초 예측한 학생 수의 1.5배가 넘는 750여명이 다닐 것으로 예상돼 비상이 걸렸다.

이마저도 1·3블록 입주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조사 결과로, 2·4블록까지 입주할 경우 학생 수는 1천여명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교육청은 용산초에 21개의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학생들을 수용키로 했지만, 학부모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어 쉽지 않아 보인다.

교육청 관계자는 "용산초 지상 주차장이나 옛 용산중학교 부지에 모듈러 교실을 설치해 학생들을 수용할 계획"이라며 "장기적으로는 아파트 단지 내에 학교 용지를 다시 확보해 학교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