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9일 사우나서 첫 확진자 발생 후 누적 66명으로 늘어
주민들 "시가 미온적으로 대응" 불만 제기도…시 "조치 적절"

"코로나 집단 감염 노인들을 살려주세요.

"
60세 이상 노인들이 거주하는 경기 용인시의 한 아파트에서 지난달 19일 사우나 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하면서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불안과 공포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 확진자는 노인들에 대한 용인시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내용의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기도 했다.

2개 단지로 이뤄진 해당 아파트는 2천200여명의 노인이 사는 노인복지주택(실버주택)으로, 입주자의 평균 연령은 70대 중반으로 알려졌다.

이 아파트 각 단지에는 사우나 시설을 갖춘 목욕탕, 식당 등이 있어 그동안 입주민들이 애용해왔다.

2천여명 노인 전용 용인 실버아파트서 집단감염…'불안' 호소
그런데 지난달 19일 1단지 사우나 이용 주민 한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가족과 주민 사이로 감염이 확산하면서 3일까지 누적 확진자가 66명으로 늘었다.

이 중 62명은 입주민이고 4명은 외부인이다.

시 방역 당국은 지난달 22일 최초 확진자의 사우나 이용 시간대에 함께 있었던 입주민들에게 반드시 검사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따라 250명이 검사를 받았다.

해당 사우나가 포함된 아파트 커뮤니티 시설은 자체 폐쇄됐다.

평소 사우나를 이용했던 입주민 A씨도 안내 문자에 따라 검사를 받은 뒤 23일 확진됐다.

배우자는 27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내와 함께 재택치료 중이라는 A씨는 3일 연합뉴스에 제보해 "아파트 입주 후 건설사가 목욕탕 하자보수를 신속히 하지 않아 집단감염을 키웠고, 용인시에서도 뒷짐만 지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이 아파트는 2단지 목욕탕 쪽에서 누수가 발생해 주차장으로 물이 떨어져 주민들이 건설사에 보수를 요청했으나, 지금껏 방치돼 있다가 입주 2년 가까이 지난 지난달에야 하자보수 공사가 시작됐다.

이 때문에 평소 대여섯 명이 쓰던 1단지 목욕탕에 2단지 주민들이 몰리면서 15명 정도로 이용자의 밀접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또 확진자에 대한 방역 당국의 조치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지난달 26일 확진된 같은 동에 사는 80대 독거노인은 보건소에서 80세 이상은 재택치료가 안 되니 반드시 치료소에 가야 한다고 했다"면서 "그러나 병상을 배정받지 못해 6일 동안 병상 배정을 기다리며 혼자 아파 누워있다가 12월 1일에서야 겨우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밝혔다.

이어 "방역당국은 병상 배정받기 전이라도 혼자 자택에서 대기하도록 하지 말고 재택치료자로 전환해 제대로 살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 "노인들이 사는 아파트에 집단감염이 났는데도 시에서는 찾아와 살펴보지도 않다가 입주민 한 명이 시장에게 전화해서 고통을 호소하고 나니까 지난달 30일에서야 처음 시청 공무원이 방문했다"고 시의 대응을 아쉬워했다.

A씨는 이런 실상을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알리면서 "80세 이상은 치료소로 가야 한다는 방역 당국의 원칙 때문에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

80세 이상 확진자는 비대면 의사 진료라도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2천여명 노인 전용 용인 실버아파트서 집단감염…'불안' 호소
또 집단감염 된 아파트의 상황을 시 방역당국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입주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는 등 시가 미온적인 대응을 했다고 질타했다.

현재 이 청원에는 433명이 참여하고 있다.

용인시는 보건소의 대응은 방역수칙에 따라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확진자 발생에 따른 역학조사, 진단검사, 소독, 확진자 조치에 큰 문제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조만간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들을 만나 애로사항과 지적사항 등을 청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용인시는 2일 관내 12개 아파트 단지 사우나 시설을 긴급점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