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험 많은 판사 뽑자더니…임용 35→34→33세로 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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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부터 '법조 일원화' 시행
10년 법조경력자 판사 임용 취지
2018년부터 '5년 경력' 요건 적용
임용연령은 3년 연속 하락
법원 "우수인재 확보 위해 기준 낮춰야"
시민단체 "법조 일원화 역행" 반발
10년 법조경력자 판사 임용 취지
2018년부터 '5년 경력' 요건 적용
임용연령은 3년 연속 하락
법원 "우수인재 확보 위해 기준 낮춰야"
시민단체 "법조 일원화 역행" 반발
법원에 새로 임용된 경력판사의 평균 나이가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낮아진 것으로 드러났다. 2018년부터 법조경력 요건이 3년에서 5년으로 높아졌지만 오히려 임용연령은 낮아지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풍부한 사회경험을 갖춘 중견 법조인을 판사로 뽑겠다는 ‘법조 일원화’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앞서 2011년 6월 국회는 10년 경력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다만 법원의 인사수요와 제도 안착을 위한 기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경력요건을 높이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
이후 경과기간 적용 기한을 연장하는 부칙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경력요건은 2013~2017년 3년 이상, 2018년~2021년 5년, 2022~2025년 7년, 2026년부터 10년 등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법조 경력요건이 5년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2019년부터 법관 평균 임용연령이 도리어 점점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법원 자료에서 2019년 경력법관 임용 지원자 평균 연령은 36.6세였고 2020년 36.4세, 올해 36.3세였다. 지원자 평균 연령 하락폭은 3년간 0.3세에 그쳤지만, 임용자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1.6세로 낙폭이 훨씬 컸다는 얘기다.
실제 법원은 법조 일원화 시행 이후에도 매년 최소한의 경력요건을 채운 법조인들을 선호해왔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법조일원화 10년, 법관 임명 실태와 전망’ 자료를 보면 2018년 임용자 중 최소 경력요건인 5년 경력자 비중은 52.6%였지만 올해 71.3%로 껑충 뛰었다.
올해 선발된 경력판사 중 7년 이상 법조 경력자 비중은 13.4%, 10년 이상 경력자는 2.5%에 그쳤다. 참여연대는 “매년 신규법관의 대부분을 법이 요구하는 최소연차 법조인들로 채워온 것”이라며 “이는 법원이 최소경력 연차를 사실상 상한선처럼 운용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임용된 판사 중 상당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나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들이었다. 올해 임용된 경력판사 157명 중 12대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가 56명(3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선변호사(26명, 16.6%), 로클럭(22명, 14.0%) 등 순이었다.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변호사의 출신 법무법인을 2013~2021년 누적으로 보면 김앤장이 16.4%로 가장 많았다. 세종·바른 6.2%, 광장 5.6%, 태평양 5.0%, 율촌 4.8%, 화우 4.6% 등이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결과적으로 법원 내 기수 문화가 ‘경력 3년차’ ‘5년차’ 등으로 연장 유지되면서 사회경험이 풍부한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한다는 법조 일원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법조경력 10년을 채운 우수 인재 중 누가 법원으로 오려고 하겠느냐”며 “상당수는 로펌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법원 막내급인 배석판사로 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소 법조경력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돼 지난 8월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은 재석의원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선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조계의 보수성과 폐쇄성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막판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만료될 예정인 최소 법조경력 ‘5년 이상’ 요건을 5년간 더 유예하고, ‘7년 이상’ ‘10년 이상’ 요건 시행도 5년씩 늦춰 ‘10년 이상’ 요건 적용시기를 2031년으로 늦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법조 일원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운용과정에서 현실적인 판사 수급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조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정치권과 시민사회에서는 “풍부한 사회경험을 갖춘 중견 법조인을 판사로 뽑겠다는 ‘법조 일원화’ 취지와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왔다.
경력요건 높였는데 임용연령 낮아져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력판사 신규 임용자의 평균 연령은 2019년 35.5세에서 2020년 34.8세, 올해는 33.9세로 하락 추세다. 올해 경력판사 임용자 평균 연령 33.9세는 법관 임용 시 최소한의 경력요건을 명시한 법조 일원화가 시행된 2013년 이후 9년간 두 번째(2016년 33.8세)로 낮은 수준이다.앞서 2011년 6월 국회는 10년 경력 이상의 법조인을 법관으로 선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다만 법원의 인사수요와 제도 안착을 위한 기간 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경력요건을 높이도록 하는 경과규정을 두었다.
이후 경과기간 적용 기한을 연장하는 부칙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경력요건은 2013~2017년 3년 이상, 2018년~2021년 5년, 2022~2025년 7년, 2026년부터 10년 등 단계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법조 경력요건이 5년 이상으로 높아졌다. 그런데 2019년부터 법관 평균 임용연령이 도리어 점점 낮아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대법원 자료에서 2019년 경력법관 임용 지원자 평균 연령은 36.6세였고 2020년 36.4세, 올해 36.3세였다. 지원자 평균 연령 하락폭은 3년간 0.3세에 그쳤지만, 임용자 평균 연령은 같은 기간 1.6세로 낙폭이 훨씬 컸다는 얘기다.
법원은 '어린 우수인재' 선호
법조계에선 이런 현상이 벌어진 이유에 대해 “법원조직 특성상 ‘어리고 싹싹한’ 사람을 신규 판사로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실제 법원은 법조 일원화 시행 이후에도 매년 최소한의 경력요건을 채운 법조인들을 선호해왔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24일 발간한 ‘법조일원화 10년, 법관 임명 실태와 전망’ 자료를 보면 2018년 임용자 중 최소 경력요건인 5년 경력자 비중은 52.6%였지만 올해 71.3%로 껑충 뛰었다.
올해 선발된 경력판사 중 7년 이상 법조 경력자 비중은 13.4%, 10년 이상 경력자는 2.5%에 그쳤다. 참여연대는 “매년 신규법관의 대부분을 법이 요구하는 최소연차 법조인들로 채워온 것”이라며 “이는 법원이 최소경력 연차를 사실상 상한선처럼 운용해왔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임용된 판사 중 상당수는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들이나 재판연구원(로클럭) 출신들이었다. 올해 임용된 경력판사 157명 중 12대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가 56명(3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선변호사(26명, 16.6%), 로클럭(22명, 14.0%) 등 순이었다.
경력법관으로 임용된 변호사의 출신 법무법인을 2013~2021년 누적으로 보면 김앤장이 16.4%로 가장 많았다. 세종·바른 6.2%, 광장 5.6%, 태평양 5.0%, 율촌 4.8%, 화우 4.6% 등이 뒤를 이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결과적으로 법원 내 기수 문화가 ‘경력 3년차’ ‘5년차’ 등으로 연장 유지되면서 사회경험이 풍부한 법조인들을 법관으로 임용한다는 법조 일원화 취지가 무색해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경력요건 논란
대법원은 내친김에 법조 일원화를 무력화하는 법 개정도 추진했다. 최소 법조 경력요건 도입 이후 판사 임용이 부진한 상황에서 내년부터 7년 이상의 경력을 요구할 경우 법관 충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한 법조계 인사는 “법조경력 10년을 채운 우수 인재 중 누가 법원으로 오려고 하겠느냐”며 “상당수는 로펌에서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데 갑자기 법원 막내급인 배석판사로 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최소 법조경력을 ‘10년 이상’에서 ‘5년 이상’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발의돼 지난 8월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같은 달 3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은 재석의원 229인 중 찬성 111인, 반대 72인, 기권 46인으로 부결됐다.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서 부결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정치권에선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법조계의 보수성과 폐쇄성이 더욱 강화될 것을 우려한 의원들이 막판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최소 법조경력 요건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굽히지 않고 있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는 전체회의를 열어 내년부터 만료될 예정인 최소 법조경력 ‘5년 이상’ 요건을 5년간 더 유예하고, ‘7년 이상’ ‘10년 이상’ 요건 시행도 5년씩 늦춰 ‘10년 이상’ 요건 적용시기를 2031년으로 늦추는 내용의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했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법조 일원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유지하면서도 운용과정에서 현실적인 판사 수급 여건을 고려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조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