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일당' 진술 외에 물증 없어…제시한 영수증도 알리바이에 반박 남은 '50억 클럽' 수사도 난항 예상…윗선 수사 사실상 좌초 우려
'아들 50억원 퇴직금' 의혹과 관련해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이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곽 전 의원을 시작으로 본격화 하는 듯 싶었던 검찰의 '대장동 로비 의혹' 수사는 첫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제동이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서보민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곽 전 의원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범죄 성립 여부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해 보이는 반면, 구속 사유 및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곽 전 의원 아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이 '알선의 대가'임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곽 전 의원은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한 화천대유가 하나은행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데 도움을 주고, 아들을 통해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세금을 제외한 25억원 가량을 챙긴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영장 심사에서 제시한 주요 증거는 대장동 관계자들의 진술이었다.
검찰은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와 등 대장동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곽 전 의원이 컨소시엄 무산 위기를 막아줬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경쟁 컨소시엄에 자회사를 참여시킨 H건설 최고위층이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측에 화천대유와의 컨소시엄을 깨고 함께 하자고 제안하자 화천대유 측이 곽 전 의원에게 부탁해 성균관대 동문인 김정태 회장 측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일당'은 검찰 조사에서 대장동 사업이 성사된 후인 2018년 9월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곽 전 의원을 만났다고도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의원은 이 자리에서 김만배씨에게 사업을 도와준 대가를 요구했고, 이에 김씨가 곽 전 의원의 아들을 통해 50억원(세금 제외 25억원)을 지급했다는 취지다.
검찰은 대리 직급인 곽 전 의원 아들에게 통상의 범주를 넘는 거액의 퇴직금이 지급된 것과, 지급 이후 자금 관리에도 곽 전 의원이 관여한 점 등도 혐의를 뒷받침하는 정황으로 제시했다.
변호인 측은 검찰 주장의 대부분이 '대장동 일당' 몇 명의 진술에 근거한 것이며, 이를 제외하면 범죄 혐의를 입증할 명확한 물증이 없다고 반박했다.
알선의 대상이 구체적으로 누구였는지, 어떤 방식으로 알선이 이뤄졌는지에 대한 증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검찰은 심사에서 2018년 곽 전 의원이 대장동 일당과 만난 장소로 지목된 서울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김만배씨가 결제한 영수증을 증거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곽 전 의원 측은 당일 다른 일정이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제시하면서 검찰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제시한 증거가 되려 발목을 잡은 셈이다.
법원이 변호인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곽 전 의원을 시작으로 본격화하는 듯 싶었던 '대장동 로비' 수사도 난항에 빠졌다.
'50억 클럽' 가운데 비교적 혐의가 구체화한 곽 전 의원의 신병확보에서부터 제동이 걸린 만큼, 로비 대상으로 지목된 다른 인물들의 의혹 규명도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지난달 곽 전 의원 외에도 박영수 전 특별검사와 권순일 전 대법관, 머니투데이 그룹 홍선근 회장 등 '50억 클럽' 지목 대상자들을 연이어 소환해 조사했다.
다만 이들은 곽 전 의원과 비교해 혐의를 입증할 관련자 진술이나 증거관계가 불분명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로비 의혹이 불거진 후 곽 전 의원과 그 아들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지만, 박 전 특검을 비롯한 나머지 인물들에 대한 압수수색은 진행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수사가 대장동 의혹의 뿌리라고 볼 수 있는 '윗선' 관련 로비 및 배임 의혹을 밝히지 못한 채 사실상 좌초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